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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반도체 수출길 조인다”…램리서치·업계 긴장 고조→산업지형 대전환 불가피
국제

“미국, 중국 반도체 수출길 조인다”…램리서치·업계 긴장 고조→산업지형 대전환 불가피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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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한 외교적 경계선 위에서, 세계 반도체산업이 고요히 숨을 죽이고 있다. 워싱턴의 결정 한 줄기는 곧 지구 반대편 심장부까지 파문을 일으키며, 자유로운 흐름이던 공급망의 숨결을 조여든다. 미 상무부가 최근 2차 미·중 무역협상 직전,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로를 더욱 좁히는 방안을 심사숙고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 현대 산업의 신경망을 이루는 반도체 장비들마저 적막한 제약에 직면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현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움직임은 2차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협상 카드로 미국 내에서 논의됐다. 영국 런던에서의 양국 회담에서는, 1차 제네바 합의 내용을 준수할 기본 틀이 마련돼 한 고비는 넘겼으나, 각국 정상이 전한 합의문 저변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숨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중국의 대미 희토류 공급, 중국인 유학생 허용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양국의 진짜 속내는 좀처럼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확대 검토…‘램리서치’ 등 매출 40% 중국 비중
미국,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확대 검토…‘램리서치’ 등 매출 40% 중국 비중

만일 수출금지 영역이 확대될 경우,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와 같은 미국 반도체 장비 거인들에게는 매출의 40% 가까이가 중국에서 비롯되는 현실이 쓰디쓴 그림자로 드리운다. WSJ는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며, 첨단기술부터 범용 산업용 반도체 공급망까지 혼란이 퍼지게 될 것이라 했다. 특히, 이들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 가공 등 까다로운 반도체 생산 과정에 필수적이며,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소수 서방 국가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에 그 여운은 단순한 양국 간 대립을 넘어 글로벌 산업 전체에 깊은 길을 판다.

 

백악관 관계자는 해당 옵션이 현재로선 즉각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닫아둘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중국 역시 미국 자동차업체를 겨냥해 희토류 판매 6개월 한도를 설정하며, 필요할 땐 언제든 다시 독한 협상력을 꺼낼 수 있다는 암시를 남겼다.

 

워싱턴 내에서조차,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인사들과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기업 친화적 그룹 사이에는 첨예한 의견이 맞선다. 전직 백악관 고문이자 실버라도 정책 연구소 공동 설립자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반도체 수출 제한의 전략적 위력을 강조하며 “지금이 그 힘을 활용할 적기”라고 짚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중 갈등의 미세한 온도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중국 매출에 크게 기대는 반도체 장비 업계와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구름처럼 머무는 가운데, 전례 없는 산업지각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듯 바람 한줄기, 문서 한 장이 세계 경제의 미래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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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램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