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쇳소리에 잠 못 드는 석관동”…이문차량기지 소음, 기관 갈등만 커져
서울 성북구 석관동 이문차량기지 일대에서 매일 밤마다 들려오는 강한 쇳소음으로, 인근 수천 세대 주민들이 오랜 기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같은 문제로 민원을 제기해왔지만,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는 책임 소재를 두고 서로 공을 넘기고 있다. 반복되는 형식적 민원처리와 현장 확인조차 없는 무성의한 답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민원인 A씨는 “석계역 옆 이문차량기지에서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밤에 쇳소리가 울려 잠을 잘 수 없다”며 “석계역사의 벽에 반사된 소음이 단지 전체로 퍼진다”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적했다. 그는 “십수 년간 같은 민원을 냈으나 방음터널 등 근본적 해결책은 없었다”면서 “살 수 없는 환경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는 “2002년 신이문~석계역 본선에 380m 방음벽을 설치했고, 지난해 소음 저감을 위해 도유기 11기를 추가했다”고 지난 9월 답변했다. 하지만 차량기지 내 소음저감은 코레일 소관이므로 해당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철도공사는 이어진 답변에서 “차량 입출고 시 곡선구간의 소음은 인지하고 있으나 완전한 해결이 어렵다”며, 방음시설 설치 등은 국가철도공단의 업무라고 선을 그었다. 두 기관 모두 전화 한 통, 현장 확인 한 차례 없는 문서상 회신에만 그쳐 주민들의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엔 수차례 같은 민원이 들어갔지만,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모두 민원인을 직접 접촉하거나 현장을 찾지 않은 채 서류상 답변만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날마다 밤 11시 이후 쇳소리를 누구도 확인한 적 없다”며 “조치했다는 서류만 남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수십 년째 민원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양 기관이 서로 관할 책임을 미루는 동안, 실질적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어느 쪽이 책임자인지도 불분명한데, 행정은 서류만 주고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문차량기지는 주거지와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아 근본적 방음대책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생활권이 차량기지와 붙어 있다면, 방음시설 강화를 위해 기관 간 협의와 예산 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구체적 소음 실측 및 현장조사, 그리고 주민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방음터널 추가 설치와 소음 실태 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공단과 코레일 모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피해는 계속된다. 공무원들이 새벽 현장에 나와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문차량기지 소음 문제를 둘러싼 기관의 책임 떠넘기기는 최근 타운홀 미팅 등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민원을 듣고 해결책을 내놓는 정부 기조와 대조된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현장 조사나 직접 청취 없이 형식적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관장들이 조직운영의 정상성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주민들의 고통과 문제는 오랜 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