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슈가, 기타로 건네는 손길”…민윤기 치료센터 50억원 기부→자폐아동 변화 울린 순간
차분하게 기타 줄을 튕기던 슈가의 손끝 아래, 아이들의 눈빛에는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음악의 파장은 아지랑이처럼 번지며, 작은 교감이 조용히 피어났다. 감정이 담긴 선율은 소리 없는 변화로 남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50억원이라는 거대한 결심을 밝히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과거 발달장애를 겪었던 지인과의 인연은 그의 내면에 깊은 흔적을 남겼고, 그 이후로 심리사회적 문제와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은 자폐아동을 향한 연대와 이해로 성장해왔다.

슈가가 택한 건 음악이었다. 음악치료는 그가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따뜻한 손길이며, 또 자신의 경험과 재능이 만나는 지점이다. 천근아 교수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맞춤형 지원을 고민했고, 단기적 처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아이만을 위한 ‘마인드(MIND)’라는 집단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악기를 만지고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며, 연주를 글과 감정으로 풀어내는 시간들을 마주했다. 슈가는 수차례 주말 동안 직접 아이들 곁에서 기타와 악기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인내로 변화의 시작을 견인했다.
언어치료만으로는 조심스럽기만 하던 아동들이 음악 앞에서는 당당하게 악기를 쥐고, 박자와 리듬에 맞춰 자기만의 세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색소폰을 잡은 김모 군은 말을 잇지 못했으나, 합주 시간만큼은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전했다. 치료사와의 작고 미묘한 교감이 쌓이면서, 언어가 아닌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더욱 크게 품을 수 있도록, 올 9월 완공 예정인 민윤기 치료센터는 ABA, 기존 언어치료와 함께 음악 기반 사회성 훈련 등의 정규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발달장애 아동 모두가 더 넓은 관계와 감정의 세상을 경험하며, 자립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천근아 교수는 슈가의 진정성, 그리고 직접적인 참여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음악이 장애 아동의 독립과 인식 변화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누구보다 개인적인 고백을 음악에 담아온 슈가는, 방탄소년단에서는 다채로운 무대를, 어거스트 디로서는 고향 대구와 내밀한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내면과 세상의 상처, 그 경계는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자신만의 진정성과 섬세한 울림으로, 수많은 아동의 삶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슈가는 “음악이 마음의 언어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임을 다시 실감했다”고 말했다. 직접 아이들과 마주했던 지난 시간들도 그에게 깊은 울림과 치유의 선물이었음을 고백했다. 세브란스병원 내에 조성되는 민윤기 치료센터의 ‘마인드’ 프로그램은 9월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이며, 더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써내려 가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더욱 공고한 지원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