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필요 없는 패치”…국내 연구진, 대용량 약물주입 신기술 발표
주사 치료의 통증과 불편을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 비침습적 약물전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전재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천화영 의공학연구소 박사, 윤현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주사기가 아닌 패치 한 장으로 대용량 약물을 빠르고 깊이 주입하는 ‘표면유체식 마이크로니들 패치’(SFMNP)를 선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실험동물에서 10분 이내 림프절까지 조영제를 도달시켰으며, 기존 주사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약물전달 효율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약물 용량 한계와 전달 효율 저하라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모세관력—액체가 미세 통로를 따라 스스로 이동하는 힘—을 활용해 대용량 약물을 피부 아래 간질공간, 림프관, 림프절로 빠르게 전달하는 새로운 구조를 구현했다. 크기가 큰 약물 저장소와 1㎜ 크기 홀, 여러 미세 마이크로니들을 계층적으로 연결한 연속 구조 덕분에, 패치에 저장한 약물이 홀과 미세 통로를 거쳐 모세관 현상으로 마이크로니들까지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약물이 마이크로니들에 생긴 0.2~0.3㎜ 크기의 미세 구멍을 통해 적정 손실 없이 림프 모세혈관에 전달됐다.
실제 동물 모델에서 SFMNP를 부착한 결과, 10분 내 조영제가 간질공간과 림프절까지 이동했고, 형광신호강도는 기존 주사 방식과 거의 동일했다. 전달된 약물이 2시간 이상 체내에 유지되는 것도 확인됐다. 림프부종 등 질환 환경에서도 충분한 약물전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기존 주사기 방식에 비해 SFMNP는 통증이 없고, 일회용 패치 형태로 위생과 대량생산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림프부종이나 암 림프절 전이 진단, 항암제 및 조영제 주입 등 다양한 맞춤형 의료 분야로 플랫폼 기술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슷한 원리의 마이크로니들은 해외에서도 연구되고 있으나, 이번 연구는 대용량 전달과 계층적 미세구조 구현에서 선행 기술 대비 진전을 보였다. SFMNP는 연속 공정으로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는 점, 간편한 적용 방식으로 의료 현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데서 상용화 타이밍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 인체 적용 과정에서의 사전 임상·안전성 평가 등 규제 절차는 남아 있다. 특히 일회용 제품의 안전성, 환자 셀프 어플리케이션에 따른 교육·사용기준 등이 추가 논의될 전망이다.
전재용 교수는 “이번 SFMNP 기술은 조영제, 항암제 등 림프계 표적 약물전달의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이르는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윤현식 교수도 “연속 대량생산 체계가 가능해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치료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으며, 비침습 약물전달의 새 기준으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