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전설 뒤흔든 시간의 행렬”…걸어서세계속으로, 체코 전통의 향연→일상에 묻은 눈물

도시의 골목마다 서린 전설과 축제의 열기는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감동을 남겼다. 프라하의 시간은 단순히 오래된 풍경이 아니라, 마치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전통의 기억으로 살아 숨 쉬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12사도가 정각마다 등장하는 천문시계, 연금술의 신비를 간직한 골목과 실험실, 그리고 국왕을 위해 존재했던 중세 과학자들의 방에 머무는 시간의 두께는 진한 감정을 자극했다.

프라하에서 체코의 깊은 속살을 느꼈다면, 모라비아 블치노프에서는 봄마다 이어지는 ‘왕들의 기마행렬’이 이국적인 공동체의 색채를 더했다. 작은 마을 주민들은 청년 ‘레그루티’의 익살과 농담, 그리고 색색의 전통 의상으로 제사장처럼 구전되는 감동을 새겼다. 소년 왕이 선정되고 모두가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과거의 전설은 오늘의 축제가 돼 골목마다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과 시간, 그리고 마을의 온기가 전통과 삶으로 자연스레 융화됐다.

브르노의 지하 세계는 지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양배추 광장 지하 저장고에는 상인들의 땀방울과 죄수의 한숨, 고문의 흔적, 그리고 전쟁과 전염병의 어두운 그림자까지 시간의 얼룩이 남았다. 여행자는 그곳을 지나는 순간마다 도시가 감춘 어둡고 깊은 역사적 의미를 되짚었다. 또 한편, 체코의 시골 마을에서 춤과 전통 음식이 이어지는 평범한 가족의 순간은 바쁜 세상 속에 잊혀진 여유와 묵묵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체코 곳곳에 숨은 전설과 과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교차하는 눈부신 여정을 펼쳤다. 천문시계 너머 전설의 이야기, 축제와 노래, 지하에 묻힌 고요한 기록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꿈과 연결됐다. 각자의 삶에 스며든 전통의 온기는 결국 우리 곁에 남아 일상을 지키는 힘이 됐다. 깊고 진한 시간의 결이 묻어나는 체코 여행의 노래는 오는 6월 28일 토요일 아침 9시 40분,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 894회에서 다시 울려 퍼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