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 임박”…초대형 유조선 호르무즈 해협서 유턴→글로벌 에너지 물류 불안 고조
하늘과 바다가 빚는 묵직한 적막, 한낮의 열기 속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호르무즈 해협 위로 유조선들이 서서히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6월 22일 아라비아해를 다시 향해 회항하는 두 척의 초대형 유조선, 코스위즈덤레이크호와 사우스로열티호는 세계 에너지 해운의 운명을 가르는 한 줄기 예고 없는 신호탄이 돼버렸다. 미국의 공습 여파와 이란의 군사적 대응이 현실이 돼가는 가운데, 글로벌 해운업계는 숨죽인 채 거친 바닷길 위를 관측 중이다.
이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은 호르무즈 해협 초입까지 진입했다가 돌연 항로를 바꾸어 아라비아해로 선회했다. 각 선박은 한 번에 2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거친 생명선을 싣고서도, 언제 닥칠지 모를 군사적 위험 앞에 수익을 뒤로한 채 안전을 택했다. 애초 기술적 문제나 통신 장애 없이 이뤄진 이 급작스러운 유턴은, 그 자체로 해협 위기에 대한 업계의 선제적 경계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최근 잦아지는 GPS 신호 장애의 여파를 언급하면서도,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내 긴장 수준이 비상하게 치솟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단단한 현실이라 평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구 위 모든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4분의 1을 품고 흐르는 활로다. 또한 LNG 물동량의 20%가 지나간다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항로 대다수가 이란 영해와 마주하고 있어, 이란의 통제력은 누구보다도 엄중하다. 현재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상태이고, 이 마지막 방아쇠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 활화산의 경계에 그리스 해양부는 자국 해운사들에게 항로 재검토와 안전항 대기를 권고하는 등, 이미 해운업계 전반이 신중 모드에 들어섰다. 일부 기업은 위험을 감수한 항로 통과를 고집하고 있으나, 다수는 우회로를 물색하거나 관망만을 택하고 있다. 미군 주도의 합동해상정보센터 역시 위험 알림을 내걸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들에 안전 우선의 항해와 위험 대응 방침을 공유했다. 아직 일부 미국 연계 선박이 성공적 통과를 이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미세한 안도의 숨이 흘렀으나, 언제 긴장이 다시 고조될지는 알 수 없다.
국제사회는 촘촘한 불안과 경제적 파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명이 곧 글로벌 에너지와 원유 시장의 숨결이자, 각국 외교와 안보전략의 방정식이기도 하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갈등의 횃불이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긴장 속에서 머뭇거리는 유조선들의 실루엣은 그 자체로 세계 질서의 불확실한 내일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