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1루심 젠 파월 첫 발”…MLB 150년 벽 허물다→여성 심판 새 이정표
경기장을 가르던 박수와 환호, 그리고 반짝이는 모자. 젠 파월이 1루 라인을 따라 힘차게 달릴 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150년 역사상 첫 여성 심판의 이름이 경기장에 새겨졌다. 허스턴 월드렙의 손을 직접 확인하던 순간부터 마이애미 타선의 병살타 아웃 콜까지, 관중들은 역사적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함께 호흡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2024시즌 더블헤더 1차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이날 젠 파월을 1루심으로 배정했다. 1876년 내셔널리그 출범 이후 150년 만에 정규시즌 경기 심판 명단에 여성의 이름이 기록됐다. 파월은 초반부터 침착한 동작으로 주목받았고, 3회초 1루 아웃 판정 등 정확하고 노련한 심판 솜씨를 보여줬다.

경기 내내 양 팀은 판정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파월은 경기 전체 흐름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 역시 “파월 심판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평가하며, 선수와 벤치는 의미 있는 성취에 박수를 보냈다.
젠 파월은 뉴저지에서 성장하며 소프트볼과 축구 선수로 활약했고, 2010년부터 미국대학스포츠협회 소프트볼 심판 경험을 쌓았다. 메이저리그 심판 트라이아웃을 수료한 뒤 마이너리그 1,20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지난해와 올해 MLB 시범경기에도 참여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날, 파월은 자신이 착용했던 모자를 명예의 전당에 기증해 의미를 더했다.
파월은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3루심, 이어질 3차전에선 주심으로 각각 배정됐다. 경기 직후 파월은 “오랫동안 바라온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국 여성 심판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NBA는 1997년부터, NFL은 2012년, FIFA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여성 심판을 경기장에 세웠다. NHL만이 아직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달리는 박수, 응원하는 관중, 그리고 역사 한가운데 선 1루심의 미소. 젠 파월이 만든 작은 물결은 미국 스포츠계가 내딛는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해당 기록은 8월 10일 새벽, 관중과 함께 MLB 공식 경기장에서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