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향과 노래가 흐른다”…예산사과축제에서 만나는 지역의 새 얼굴
요즘은 지역축제의 모습이 달라졌다. 예전엔 지역 농산물 직거래에 그쳤지만, 지금은 음악과 요리, 이야기와 경험이 깊이 스며든 문화의 장이 된다. 예산사과축제 역시, ‘맛있는 사과’ 그 이상의 특별함을 관람객에게 건네고 있다.
예산시장길을 따라 붉게 익은 사과 향이 퍼진다. 축제 한복판을 누비는 ‘두유 라이크 애플?’ 캐릭터와 마임연기자들은 사과와 관련된 퀴즈로 관객들을 유쾌하게 끌어들이고, ‘사과를 부탁해’ 쿠킹 클래스에선 신선한 사과로 다채로운 디저트가 완성된다. SNS에도 사과모양 디저트 인증샷, 거리 버스킹 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참가자들은 “꽉 찬 과수원의 향기를 품고 돌아간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와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사과 소비량이 늘어난 가운데, 충남 예산 사과는 최근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지역 농부들은 “이제 농사는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체험과 문화까지 함께 여물어가는 미래산업”이라 표현했다. 공식 개막과 동시에 열린 품평회에선 예산 황토사과·배의 뛰어난 품질이 눈길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6차 산업화의 현재진행형’이라 말한다. 사회학자 박소윤은 “지역 특산품 축제가 지역민의 생활·문화와 만날 때, 공동체의 정체성이 새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축제 현장 곳곳에서 펼쳐진 재즈부터 퓨전국악까지 감미로운 버스킹 역시, 도시와 농촌의 젊은 감각을 연결한다.
참여자 반응도 따뜻하다. 축제장을 찾은 한 가족은 “사과를 직접 고르고, 디저트도 함께 만들며, 예산의 정서를 오롯이 누렸다”고 표현했다. 커뮤니티 댓글엔 “이런 축제가 지속돼야 아이들도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바람이 이어진다.
축제 기간 운영되는 친환경 다회용기 캠페인이나, 기후 변화 관련 전시도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예산사과축제에선 지역이 안고 가야 할 미래와 공동체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조용히 배어 있다.
작고 달콤한 사과 한 알에 묻어나는 마음, 그리고 그 결을 따라 성장하는 지역의 얼굴.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