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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미완료에도 추가 계약”…코레일, 다원시스와 2천억대 신형열차 계약 논란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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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열차 제작과 납품을 둘러싼 코레일과 다원시스 간 수천억 원대 추가 계약이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21일 코레일의 신형 열차 ITX-마음 차량 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미 미납품 문제를 겪고 있는 다원시스와 코레일이 지난해 2천429억 원 규모의 추가 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부실 제작, 납품 지연 이전의 실적 부족 등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갑 의원이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8년 2천716억 원에 ITX-마음 150칸 구매 계약을 다원시스와 처음 맺은 데 이어, 2019년 4천4억 원에 208칸을 추가 계약했다. 그러나 다원시스는 시속 150㎞ 이상 전기차 제작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납품 계약을 따냈고, 이후 설계와 부품 수급, 시운전 등 전 과정에서 8차례나 납품 일정을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이미 2022년 말까지 납품을 끝내기로 했던 150칸 중 30칸, 2023년 11월까지 납품해야 할 208칸 중 188칸이 여전히 미납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납품 지연으로 코레일은 기존 노후 열차를 계속 운행해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에 따라 정밀안전 진단과 유지보수 비용으로 내년까지 53억 원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납품이 진행된 일부 차량의 제작 품질 논란도 불거졌다. 코레일은 차량 중량을 190톤으로 요청했지만, 실제 측정 결과 205톤에 달해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이는 입석 승객을 평소 대비 절반만 실을 수 있게 만들었고, 연간 손실액이 121만 원, 25년 동안 최대 1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지난달 다원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계약의 적절성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박용갑 의원은 “다원시스가 ITX-마음 납품 지연과 부실 제작 등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코레일과 다원시스 간 ITX-마음 추가 계약 과정에 대해 감사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도 “1·2차 납품도 제대로 안 되고 납품 능력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또 계약에 입찰해 낙찰받는 것 자체가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며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모두 명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 의원들 역시 계약 체결 과정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철저한 원인 규명 필요성에 목소리를 모았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도 “국토교통부가 10월 29일 종합감사 때까지 철저히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면, 이후 의원들과 논의해 추가 법적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국회는 수천억 원대 공공기관 계약의 신뢰성 및 책임성과 관련한 논의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9일 열릴 국정감사까지 해당 문제를 점검해 향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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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다원시스#박용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