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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분말형 혈액투석제”…GC녹십자엠에스, 수입 의존 벗어난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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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말형 혈액투석제가 국내 치료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체외진단 및 혈액투석액 전문기업 GC녹십자엠에스가 국내 최초로 분말형 혈액투석제의 개발과 품목허가를 완료하며 본격적인 대량 생산·공급에 나섰다. 기존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의료 현장의 치료 부담과 혈액투석 환자의 선택지 모두에서 산업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제품 출시가 의약품 자립 경쟁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GC녹십자엠에스는 국내 최초로 분말형 혈액투석제(B액) 제조허가를 취득하고 국내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혈액투석 치료에는 산성 용액인 A액과 알카리성인 B액이 모두 사용되는데, 이번 제품은 다량의 중탄산나트륨을 고체 형태로 만들어 기존 액상 대비 부피·중량을 크게 줄였다. 용기와 뚜껑이 분리되는 개봉형 구조로 설계해, 쓰고 남은 분말의 배출과 처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도입 배경이다. 기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분말형 투석제는 모두 밀봉형 구조의 수입 제품에 한정됐으나, 이번에는 자체 공정으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분말형 혈액투석제의 물류 강점은 단순히 이동·보관 비용 절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존 용액 B액 대비 분말 B액은 동일 용량 기준으로 운송 효율이 최소 2배 개선될 수 있고, 사용 후 남은 용기의 폐기 부담도 줄인다. 이에 따라 대량의 해외 수입 의존 구조에 있었던 국내 시장에서, 공급망 리스크 해소 및 가격 안정 측면에서도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장기간 보관이 쉬운 데다 분말을 물에 녹여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환자 관리의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음성 HD공장 내 전용 생산라인을 2022년부터 가동,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뒤 주요 투석액 공급업체들과 공급 계약에 착수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산성 A액, 알카리성 B액은 물론 분말형 B액까지 혈액투석액 풀라인업을 완비하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 안정적인 혈액투석제 공급을 보장해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이미 분말형 혈액투석제가 대형병원·투석센터의 공급 효율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높은 수입 의존률과 제품 다양성의 한계로 보험 청구, 유통망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잇따랐다. 이번 국산화로 인해 공급 안정성은 물론, 국내외 시장에서의 가격·품질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분말형 혈액투석제의 현지화로 의료기관 비용 절감, 처방 선택지 다양화 등 실질적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향후 국가 단위의 의약품 자립 경쟁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평했다.

 

산업계는 분말형 혈액투석제의 실제 시장 안착 가능성과 함께, 국내 바이오제약 공급망 구조 자체가 변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와 제도적 지원, 윤리적 공급책 마련이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꼽힌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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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엠에스#혈액투석제#분말형b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