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돌로미티의 새벽”…이상은·박춘기, 숨 멎는 대자연 속 침묵→길 위에 핀 울림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돌로미티에는 아직 빛이 온전히 깃들지 않았다. ‘영상앨범 산’이 길을 열자, 이상은과 박춘기는 하얗게 솟은 산봉우리와 잔잔한 호수를 따라 애써 감춘 설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이 깎은 조각처럼 우뚝 선 백운암과 푸른 초지, 꽃으로 물든 코르티나담페초 거리를 나아가며 그들은 풍경에 흔들리고, 바람에 묻힌 시간을 더듬었다.
여정은 세계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에서 시작됐다. 청록색 물결 너머 설산이 펼치는 대지는 이방인의 마음까지 맑게 씻어내는 듯했다. 걸음마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세 개의 바위산’이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광경이 다가왔다. 2억 5천만 년의 세월을 견딘 암봉은 야외 미술관과도 같았고, 깊고 묵직한 정적 속에서 인생의 질문들과 은은히 마주했다.

아우론조 산장과 팔자레고 패스를 지나며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얽힌 길 위를 걸었다. 팔자레고 패스는 여전히 제1차 세계대전의 진혼곡을 토해냈고, 길 따라 초지와 눈이 어우러진 풍경은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저 멀리 다섯 개의 탑 친퀘토리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비췄고,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이방의 장면은 시청자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상은과 박춘기, 그 무명의 순례자들이 끌어안은 대자연의 품은 거대하고도 따스했다. 걸음마다 깊게 밟힌 침묵과 묵상의 시간, 그리고 패스 위로 번지는 삶의 여운은 감상하는 이들에게도 잔잔한 사유의 여지를 전했다.
눈이 부신 자연의 침묵과 인간이 남긴 상흔,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영상앨범 산’의 감동적인 여정은 6월 1일 일요일 오전 6시 55분 KBS 2TV에서 시청자와 마주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