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년 전 매머드 RNA 해독”…북유럽 연구진, 멸종 생물 복원 새 장 연다
4만 년 전 멸종한 매머드에서 RNA(리보핵산)를 세계 최초로 해독하는 데 성공하며, 고대 생물 체내 정보를 복원하는 방식에 혁신이 예고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덴마크 글로브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굴한 매머드 ‘유카(Yuka)’의 근육 조직에서 RNA를 분리해 염기서열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근육 내 RNA가 근육 수축과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 생성 과정에 관여함을 확인했다. 특히 RNA가 DNA·단백질처럼 수만 년간 보존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로, 기존에 DNA만이 장기적으로 남는다는 제한적 해석을 뒤바꿨다. RNA는 DNA에서 복사된 정보를 실제로 단백질 합성에 사용할 때 중간 단계인 ‘설계도 사본’에 해당한다. 덕분에 당시 매머드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학설을 분자 수준에서 뒷받침할 단서도 찾아냈다.

이번 연구에서 일부 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는 매머드 특유의 희귀한 돌연변이 신호까지도 검출됐다. 연구진은 해당 RNA가 환경적 오염물이 아니라 실제 매머드 조직에서 유래한 분명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학계는 이번 결과가 고대 바이러스 유전체 등 영구동토층에 보존된 다양한 RNA의 후속 분석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RNA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수만 년간 보존될 수 없다는 한계가 지배적이었으나, 극한 환경에서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로 인해 1918년 스페인독감·고대 코로나 등 인류에 영향을 준 고대 바이러스 구조까지 재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독일 등도 사멸 생물의 분자동정 기술을 진화 연구에 적극 접목 중이다.
규제와 윤리 측면에서는 멸종 생물 연구가 생태계 복원, 생물 다양성 보존, 유전자 가위 활용 등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정부와 과기부도 장기보존 유전체 등 고대 생물 정보 활용에 대한 연구관리 지침 도입을 준비 중이다.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고대 RNA를 DNA와 단백질 데이터와 함께 통합 분석하면 멸종 동물의 생태와 진화적 특징을 입체적으로 밝혀낼 수 있게 된다”며 “멸종 생물 연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단순 유전자 복원에서 더 나아가 생명현상 전체를 재현할 수 있는 복합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