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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유류할증료 4단계 하락”…대한항공, 인하폭 확대→국제 유가 재반등이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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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유류할증료 4단계 하락”…대한항공, 인하폭 확대→국제 유가 재반등이 변수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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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의 빛이 길을 가르는 이른 아침, 공항의 활주로에는 적막과 설렘이 교차한다. 세계를 잇는 하늘길에 변곡점이 다가왔다. 7월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4단계로 하락한다는 소식은, 마치 먼 바다를 건너 전해오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여행객의 어깨를 가볍게 만든다. 지난 2021년 10월 3단계 이후로 가장 낮아진 4단계에 머문 이 수치는, 어렵고도 긴 팬데믹 이후 여행 재개의 숨은 동력으로 묵묵히 역할해 왔다.

 

이번 변화의 이면에는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항공업계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세계 하늘길의 주요 잣대가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88.62센트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33개 유류할증료 단계 중 4번째 칸에 위치하며, 동기간 환율 역시 하락세를 보인 덕분에 인하폭은 더욱 커졌다.

국제선 유류할증료 4단계로 하락…대한항공 최대 4,100원 인하
국제선 유류할증료 4단계로 하락…대한항공 최대 4,100원 인하

대한항공이 내놓은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단거리 7,000원부터 장거리 57,400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달 최고 61,500원에 비해 최대 4,100원이 낮아져, 뉴욕과 애틀랜타를 향하는 비행 고도조차 한결 가벼워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8,200원에서 48,100원까지 조정하며 최대 1,600원을 낮췄다. 이 흐름은 2023년 하반기 14단계, 최고 226,800원까지 치솟던 격변의 시간을 점차 과거로 돌려놓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도 소소하게나마 하락의 움직임을 보였다. 티웨이항공은 5,500원~39,800원, 에어서울은 9,700원~16,600원으로 각각 소폭 인하를 반영했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에서 7월에도 변동 없이 6,600원으로 유지된다.

 

그럼에도 구름 저편에는 또 다른 변수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달 초부터 되살아난 국제유가는 8월 유류할증료에 새로운 긴장을 예고한다. 뉴욕상업거래소의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 19일 종가 기준 73.82달러까지 급등했다. 지난 5월 중순 61.15달러와 비교하면, 오르는 곡선이 심상찮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중동을 다시 불안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리면서, 원유 공급의 축인 호르무즈 해협 통과마저 위협받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추가로 급등할 수밖에 없어, 8월 유류할증료 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무거운 전망을 내놨다. 국제사회의 긴장과 불확실성을 짙게 실은 목소리다.

 

여행객들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지만, 유가의 그림자는 늘 경계선에 머문다. 경제의 맥박과 외교의 흐름, 그리고 예기치 않은 지정학적 충돌이 앞으로의 하늘값을 가늠하게 한다. 7월의 소폭 인하를 안고 떠나는 이들에게, 8월은 다시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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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국제선유류할증료#국제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