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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역사가 살아난다”…용산 국가유산 야행에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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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역사가 살아난다”…용산 국가유산 야행에 모인 사람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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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이 되면 사람들은 효창공원으로 모인다. 예전엔 단순한 쉼터였던 그곳에 새삼스레 사람들 마음이 머문다. 이제는 역사를 느끼러 밤 산책을 나서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올해 80주년 광복을 맞아 열리는 ‘용산 국가유산 야행’이 특별함을 더한다. 3·1 만세운동 퍼레이드는 물론이고, 국악과 뮤지컬 무대, 그리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까지. 효창공원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뜻 깊은 표정이 스며든다. SNS엔 퍼레이드 인증샷, 청사초롱 아래 포토존에서 남긴 가족사진, 직접 만든 태극기가 밤공기를 물들인다.

만세운동 퍼레이드부터 퓨전 국악까지…‘용산 국가유산 야행’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다
만세운동 퍼레이드부터 퓨전 국악까지…‘용산 국가유산 야행’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프로그램의 다채로움에서 확인된다. 행사의 대표인 ‘자유를 향해 3·1 만세운동 퍼레이드’에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걸으며, 그날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숙명여자대학교 동아리 ‘설렘’의 독립운동 창작 뮤지컬, 음악치유대학원 공연 등은 음악과 극을 통해 독립의 역사에 감정의 결을 더한다. 필름 사진, 달빛 포토존, 신여성 의상 체험, 방탈출 게임 등은 세대와 상관없이 흥미를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이런 축제의 가치를 ‘일상 속 역사 체험’으로 본다. “직접 움직이고, 보고, 만드는 과정에서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이 새겨집니다. 역사가 친밀해지는 경험 자체가 어떤 시대의 시민의식이죠”라는 전문가의 설명처럼, 올해는 나만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의 의미를 곱씹는 이들이 늘었다.

 

커뮤니티 반응도 다양하다. “아이와 함께 참여해보니, 그날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았다”거나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어서 가족들과 두고두고 기억할만하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효창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대학생은 “역사의 순간을 재미있고 감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어 신선했다”고 표현했다.

 

어쩌면 역사는 다시 떠올리는 순간마다 의미가 새롭게 바뀐다. 용산 국가유산 야행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작은 의식처럼 자리한다. 만세운동 퍼레이드의 노래, 야광 아래 국악의 울림, 조용한 일기 낭독과 화려한 플리마켓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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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가유산야행#효창공원#만세운동퍼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