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설비 방치로 전자정부 1위 도취”…윤호중, 국가전산망 마비 책임론 제기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정치권에서 확대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노후 설비 개비와 재난복구 시스템 미비"를 지목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호중 장관은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의 질의에 "압축성장기에 정보화 사회로 너무 빨리 넘어오면서 충분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전자정부, 디지털정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 도취해 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노후화된 설비를 제대로 바꾸는 데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윤 장관은 재난복구(DR) 이중화 시스템 미비가 전산망 마비 장기화의 주요 원인임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민간업계에서 이미 일반화된 '액티브 액티브' 이중화 방식을 조속히 도입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재난 대응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액티브-액티브 DR 시스템은 두 전산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며 한쪽 장애 발생 시 신속히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중화 예산 확보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윤 장관은 "75억6천만원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으나, 29억5천만원만 확정돼 공주센터·대전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선 "국회에서 증액해 주면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예산을 확보하고, 모자라면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이중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 원인과 관련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이재용 원장은 소방 안전점검 누락과 배터리 충전율 관리 부실 논란에 책임을 인정했다. 이재용 원장은 신정훈 위원장 질의에 "과거 소방점검 과정에서 전산실 내 화재 우려로 점검이 제외된 사실이 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전조사를 받았어야 했다고 본다"고 시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과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배터리 분리 시 30% 이하 충전율 준수 가이드라인 미준수를 지적했고, 이 원장 또한 "분리 시 충전율이 약 80%로 기준을 넘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DR 시스템 도입 지연과 예산 부족, 시설 안전관리 부실 등을 두고 여야 간 책임 소재 공방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반복되는 전산 장애와 안전 사고가 행정부-입법부 간 효율적 예산 배분 및 관리 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한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내년 예비비 투입 등 재난복구 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국회와의 추가 협의를 예고했다. 국회는 이번 국가전산망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 정책·예산 강화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