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와 사과가 물드는 저녁”…지역의 맛과 온기를 나누는 양구의 축제
요즘 가을을 맞아 시래기와 사과 향이 가득한 산골 축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마을의 작고 정겨운 잔치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추억을 쌓는 특별한 여행지가 되고 있다.
특히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서 열리는 ‘청춘양구 펀치볼 시래기사과축제’는 고즈넉한 산자락을 배경 삼아 깊은 맛과 함께 따스한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담는다. 올해는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펀치볼 힐링하우스 앞 성황지 일원에서 지역만의 풍경과 향기로 가득 채워질 예정이다.

현장에선 시래기 푸드체험장이 인기다.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의 시래기가 각양각색으로 변신해 방문객의 입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과와 연계된 가족 체험 프로그램, 크라운해태 과자집 만들기, 시래기 떡메치기 등도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며 소박한 나눔과 이웃의 정을 되새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점차 늘어나는 지역축제 방문자 수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중심이 되었고, 지역 농산물 직거래 시장이 함께 성장 중이라는 농식품부의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축제의 또 다른 묘미는 지역예술단이 펼치는 공연 무대다. 3일간 이어지는 열정 가득한 무대와 개막식 행사는 마을 공동체의 자부심과 결속을 다시 느끼게 한다. 방문객 김나현(42) 씨는 “남쪽 여행지와는 또 다른, 조용하지만 풍요로운 시간이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역 축제가 단순한 먹거리 체험을 넘어서 일상 속 느림, 관계의 회복, 농촌의 가치 재발견에 중심을 둔다고 짚는다. “시래기와 사과를 함께 먹으며 나누는 대화의 시간은 도시에서는 가질 수 없는 귀한 목소리”라고 한 문화기획자는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직접 길러낸 농산물 맛이 예술”, “오늘은 아이와 함께 시래기 체험” 같은 인증 글이 커뮤니티에 쏟아진다. “축제장 풍경이 마치 시골 외갓집 같다”는 반응처럼, 많은 이들이 고향의 온기를 찾으러 양구를 방문한다.
이 축제의 의미는 단지 농특산물의 홍보나 일회성 체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을 사람과 방문객이 웃음 속에서 정을 나누고, 각자의 삶에 새로운 계절의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시래기와 사과의 향이 남아 있는 저녁이면 우리 삶의 방향도 그 안에서 천천히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