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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N, 도심 균열에서 산골의 평화까지”…싱크홀 참상과 92년 맛집→삶이 멈춘 순간의 뒤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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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N, 도심 균열에서 산골의 평화까지”…싱크홀 참상과 92년 맛집→삶이 멈춘 순간의 뒤편을 묻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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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오후, 도시를 달리던 길 한복판에 큰 균열이 새겨진 순간 '오늘N'의 카메라는 그 안쪽의 상처를 정면에서 마주했다. 급작스러운 싱크홀로 일상이 궤도에서 이탈하고, 한순간에 삼켜진 생의 흔적은 가족과 이웃의 일상마저 혼란에 빠뜨렸다. 강동구의 도로 한가운데 생긴 거대한 구멍, 그 아래로 사라진 오토바이와 30대 가장의 멈춰버린 하루, 광명의 공사현장에서 반복된 붕괴 사고로 어둠 속 숙박업소에 남겨진 주민들까지 각자의 사연이 쌓였다. 부산 사상구의 연이은 싱크홀 사고를 기억하는 트럭 운전자의 목소리는 지워지지 않는 두려움과 함께, 재난 뒤 남겨진 흔적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어서 카메라는 2,000건이 넘는 싱크홀 사고 통계와 함께, 전문가의 손길로 사고 현장 깊숙이 들어선다. 위험 징후와 일상 속 전조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 그리고 갑작스런 위기 앞에 멈춰버린 이들의 표정과 한마디 한마디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멈춘 도시는 재난을 넘어 삶의 온도를 바꾸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무너진 도로, 멈춘 일상”…‘오늘N’ 전국 싱크홀·92년 맛집·산골 부부→삶의 곁을 바라보다 / MBC
“무너진 도로, 멈춘 일상”…‘오늘N’ 전국 싱크홀·92년 맛집·산골 부부→삶의 곁을 바라보다 / MBC

그러나 한쪽에서는 오래 쌓아온 맛집의 신뢰와 따스한 손맛이 조용한 위안을 전한다. 천안의 작은 노포, 한화순 사장은 아침마다 식당 문을 열며 92년 세월을 국물 한 그릇에 담아낸다. 다섯 가지 소뼈와 황태, 집된장이 빚은 갈비탕의 깊은 맛, 손님들이 기억하는 경양식 돈가스와 김치 콩나물국까지 손수 삶고 얼려내 부드럽게 길든 우거지는 세월과 함께 집안 전통을 이어간다. 변하지 않은 손맛과 따뜻한 온도, 이 시대 노포가 지키는 삶의 가치가 식당 구석구석 머문다.

 

청주의 산골로 향한 화면에는 도시를 등지고 꿀벌, 감자, 파를 손수 키우는 김기범 조현아 부부의 고요한 일상이 펼쳐진다. 남편은 손재주로 밭일과 하우스 짓기를 묵묵히 해내고, 아내는 농사와 양봉에 기쁜 힘을 더한다. 서로의 수고를 되새기며, 익숙한 서운함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을 다진다. 산골에 부는 바람, 작은 농장의 하루는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방송 후반에는 파주 공장에서 탄생하는 실리콘 주방용품의 변화가 집중 조명된다. 원료와 백금 촉매제가 40번 넘는 과정을 거쳐 다채로운 식탁을 꾸미는 실리콘 컵, 도마, 찜기, 반찬통 등으로 변신한다. 분주한 일상과 가족의 삶 속, 생활의 한자락이 실리콘의 흐름을 따라 재구성된다.

 

마지막까지, 서울 도로의 균열부터 천안 노포의 국물, 청주 산골의 조용한 하루, 파주 공장의 움직임까지 각기 다른 시간과 기억이 한 편의 방송 속에 묶여 있다. 삶의 곁을 오래 응시하는 '오늘N'은 5월 27일, 도시의 뒤편과 사람들의 온기를 함께 비춘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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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n#싱크홀#한화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