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3분 역전극”…시비옹테크, 승부사 본능→코리아오픈 첫 우승
2시간 43분, 모든 샷 뒤에는 포기 대신 집념이 있었다. 시비옹테크가 넘어졌던 1세트 고비를 타이브레이크의 절박함으로 돌파했고, 경기장 가득 메운 관중의 목소리는 마지막 한 포인트까지 양 선수의 에너지를 증폭시켰다. 코리아오픈 결승이 남긴 풍경은 시비옹테크와 알렉산드로바, 두 선수의 치열한 승부와 끝내 승부사의 본능을 증명한 시비옹테크의 미소였다.
시비옹테크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2024 WTA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드로바에 2-1(1-6 7-6 7-5)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9천372명이 모인 만원 경기장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시비옹테크는 1세트 1-6의 열세를 딛고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7-3으로 반격했다. 마지막 3세트에서도 뒤처졌지만 7-5로 경기를 끝맺으며, 첫 한국 무대 우승 트로피와 16만4천달러의 상금을 품에 안았다.

경기 흐름은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초반에는 알렉산드로바의 강한 서브에 밀린 시비옹테크가 고전했지만, 곧 자신의 서브를 지켜낸 채 공격성을 끌어올렸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넘어서며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더니, 팽팽하게 맞선 3세트에서는 네트를 맞고 행운처럼 떨어진 결정적 샷까지 더해졌다. 두 선수가 맞붙은 시간 동안 경기장에는 숨 막히는 긴장이 이어졌다.
이번 우승으로 시비옹테크는 7월 윔블던, 8월 신시내티오픈에 이어 시즌 3번째 단식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WTA 결승에서만 25승 5패의 높은 승률을 유지했고, 알렉산드로바와의 상대 전적도 6승 2패로 격차를 벌렸다. 폴란드 선수의 코리아오픈 우승은 2013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 이후 12년 만에 다시 재현됐다.
알렉산드로바 역시 결승 무대에서 치열한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단식 2회 우승이라는 대회 사상 첫 기록 달성에는 아쉽게 닿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한 시비옹테크의 노련함이 승패의 갈림길이 됐다.
각자의 한 걸음이 모여 진한 승부의 그림자가 깃든 저녁. 코리아오픈 우승의 여운은 서울의 밤 공기를 따라 관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시비옹테크가 선보인 집중력은 앞으로 이어질 투어 일정에도 깊은 울림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