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를 맞댄 포즈, 파리의 무대”…앙드레김 15주기, 한국 패션의 기억
고 앙드레김을 기리는 목소리가 오늘 따라 더욱 진하게 퍼진다. 화려한 무대와 별빛 조명 아래, 모델들이 이마를 맞댄 채 조용히 걷던 앙드레김 패션쇼의 한 장면은 이제 한국 패션계의 아이콘이 됐다. 예전엔 낯설고 과감하다 여겨졌지만, 이제 앙드레김의 표정과 손길은 세대를 넘어 ‘영감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SNS에서 그의 작품 사진을 공유하며 “다시 봐도 대담하다”며 추억을 나눈다. 앙드레김의 쇼에는 이영애, 원빈, 송혜교, 김태희, 안정환, 권상우, 송승헌, 배용준 등 수많은 스타가 올랐다. 독특한 퍼포먼스와 웅장한 무드, 신비로운 조명 연출 등은 당시엔 파격의 연속이었지만, 지금도 패션계에선 “앙드레김의 장면을 뛰어넘는 상징은 없다”고 느낀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10년 그의 별세 이후 앙드레김의 유작은 오히려 재조명됐고, 15년이 흐른 지금도 패션 아카이브와 미술관, 방송 등에서 특집 전시가 이어진다. 남성 디자이너 1호, 한국 최초의 파리 패션쇼 개최자라는 이력은 지금 세대에게도 신선하게 읽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에게 최고 등급의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당시 업계에선 “한 시대를 연 패션의 별에 바치는 당연한 예우”라는 반응이 많았다.
디자이너 후배들은 “앙드레김의 본질은 꿈을 실현하는 용기와, 국경을 넘는 상상력에 있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그에게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전속 디자이너를 제안했다는 일화는, 그의 영향력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나 어릴 적 드라마 속 결혼식은 늘 앙드레김 드레스였다”, “저 이마 맞대던 포즈, 지금 봐도 새롭다”는 회상부터, “한국 패션의 자존심, 잊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그의 흔적은 트렌드와 유행을 넘어,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의 일부가 된다.
그저 새하얀 옷 한 벌, 화려한 쇼 무대일지라도, 앙드레김의 흔적은 지금도 세상을 더 낯설고 멋지게 바라보는 시선을 남긴다. 작고 사소한 영감이 언제나 거대한 흐름이 된다는 사실,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이름에 오늘은 다시 한번 마음이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