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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선호가 세계 최고”…한국, 가족 돌봄 방식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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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선호가 세계 최고”…한국, 가족 돌봄 방식 변화 주목

조민석 기자
입력

딸이 부모의 노후를 돌보고 가정 내 돌봄 역할을 떠안는 현실이 한국의 가족 가치관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한국 사회에서 딸을 선호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임이 확인돼, 전통적 남아 선호 문화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업계와 연구기관은 이번 조사를 ‘가족 구조 변화와 노후 돌봄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갤럽인터내셔널은 지난 202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44개국 4만 4783명을 대상으로 자녀 성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응답자의 28%가 ‘딸’을, 15%가 ‘아들’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스페인, 필리핀 등 조사국가를 제치고 ‘여아 선호도’ 1위에 오른 수치다. 한국리서치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63%로,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의 배경으로 ‘노후 돌봄’이 딸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꼽았다. 실제 한양대 임상간호대학원의 조사에서 치매 노인 가족 돌봄의 82.4%가 여성 몫이고, 그 중 42.4%가 ‘딸’로 나타났다. 아들이 책임지는 비중은 15.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딸이 실제로 노후 돌봄을 감당하는 사회 현실이 여아 선호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출생 성비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심각했던 남아 선호와 여아 낙태 문제로 1990년 출생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16.5명에 달했으나, 2023년 105.1명으로 자연 성비(103~107명) 범위에 진입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관의 실질적 전환을 방증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변화는 돌봄 부담이 의료·복지 시스템의 IT·바이오 인프라와 결합, 향후 헬스케어 산업과 가족 지원 정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별 선호는 교육·경제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고학력, 고소득 응답자일수록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경향이 강했다. 여전히 저학력, 저소득 환경에서는 남아 선호가 남아 있다. 이는 돌봄 방식을 둘러싼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가치관 변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주요 사회·의료 연구에서는 이미 가족 돌봄의 역할 분담 변화가 큰 화두로 부상한 상황이다. 선진국도 고령화 가속과 맞물려 여아 선호 경향을 점차 보이고 있으나, 한국처럼 뚜렷하게 나타난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돌봄 부담이 기술과 제도로 분산되는 속도에 따라 가족관과 사회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계는 가족 돌봄 구조 변화가 IT·바이오 융합 솔루션, 노인 부양 플랫폼 등 미래 기술 개발과 건강보험 및 복지 정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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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아선호#부모노후돌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