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전 세계를 삼켰다”…봉준호 감독 21세기 정점→한국영화 영광의 순간
어둠 속 긴장감과 빛의 서정이 교차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계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에서 ‘기생충’이 1위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영화의 위상에 또 한 번 역사적인 격정을 부여했다. 처음에는 섬세한 감정과 날 선 시선이 한 장면 한 장면에 겹겹이 스며들던 이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시대의 얼굴을 증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이야기이자, 신자유주의의 파괴를 유려하면서도 거칠게 그려낸 충격의 서사”로 평가했다. 봉준호 감독만의 유머와 사회 풍자가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예측 불허의 전개와 비극적 폭발이 모든 감정을 휩쓸며, 긴 여운을 남겼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꼽혔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했던 ‘기생충’은 이제 그 의미 위에 ‘21세기 최고 영화’라는 영광까지 쌓았다.

리스트 속에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 ‘살인의 추억’도 99위에 올라, 인간의 한계와 악에 맞서는 드라마의 힘을 다시 한 번 조명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살인의 추억’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차갑고 예리한 드라마,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유머로 나와 맞선다”며 찬사를 보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43위에 올라 명불허전 장인들의 깊은 인장을 남겼고, 오대수의 복도 장면은 “스릴러 오페라와도 같은 폭력의 미학”으로 기록됐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캐나다 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도 86위에 선정돼 새 세대의 가능성까지 더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각각 기생충·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올드보이의 최민식까지 출연했던 인연으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리스트를 세계 영화 관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선정했다고 밝혀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한국영화는 근 20년 사이 세계의 중심에서 깊은 자취를 남겼다. 명장면들이 소환하는 서사의 파도, 기존의 것을 허무는 연출자들의 손길이 오늘날 할리우드와 세계영화 모두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봉준호, 박찬욱, 셀린 송 등 세대와 영역을 넘나드는 창작자들의 에너지와 함께 한국영화의 미래 역시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생충’이 전하는 냉철한 질문과 봉준호 감독의 세계, 그리고 한국영화가 이끌어낸 순간의 승리와 감동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