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자선가’는 범죄조직 두목”…천즈 회장 초국가적 사기 혐의, 미국·영국 대규모 제재
현지시각 기준 16일, 캄보디아(Cambodia)에서 자선가로 알려졌던 천즈(陈志·39) 프린스그룹 회장이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수장으로 지목되면서 미국(USA)과 영국(UK)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 법무부와 영국 정부는 천 회장이 대규모 강제노동·보이스피싱·암호화폐 사기 조직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자산 동결과 미증유의 압수 소송을 전개 중이다. 이같은 조치는 동남아 지역의 사이버 범죄와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경각심을 크게 높이고 있다.
천 회장은 중국(China) 푸젠성 출신으로, 부동산·금융·관광을 아우르는 프린스그룹을 운영하며 캄보디아 정계와 긴밀한 유대를 맺어왔다. 한때 훈 센 전 캄보디아 총리의 정치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장학재단 설립과 ‘비즈니스계 오스카’라 불리는 스티비 어워드 수상으로 자선사업가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천 회장이 실제로 수백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이버 사기 제국’의 조종자라며 150억달러(약 2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 범죄수익에 대한 압수소송을 제기했다. 이 금액은 암호화폐 불법수익 압수 소송 기준,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좌)과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우) [ 바이두 캡처] / 연합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016/1760590514406_232866221.jpg)
영국 정부 역시 런던에 위치한 19개 부동산을 비롯해 최대 1억파운드(약 1천898억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그룹 및 관련 인물 146건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발표했고, BBC 등 외신은 이번 건이 동남아를 거점 삼아 전방위로 퍼지는 초국가적 범죄 대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BBC가 확보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천 회장은 대규모 인력을 수용한 조직적 강제노동 시설을 통해 수백만 개 전화번호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감행했다. 미국 재무부는 천 회장이 범죄수익으로 고급 시계, 제트기, 피카소 그림 등 사치품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인권단체 HRC의 보고서에서 범죄조직 배후로 특정되자 “익명의 주장일 뿐”이라며 “캄보디아 정부 보호 외에는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도주 중인 사이버 조직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실질적 법적 조치에 돌입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천 회장 외에도 쉬아이민(徐愛民·63), 둥러청(董樂成·57), 셔즈장(佘智江·43) 등 중국계 조직 수장 3인이 미국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시아누크빌(Sihanoukville)을 중심으로 호텔·카지노 사업을 위장해 인신매매, 감금 강제노동,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질러왔다. 쉬아이민은 중국에서 도피한 뒤 외국인 노예 노동자들에게 사기 행위를 강요했고, 둥러청 및 셔즈장은 자금세탁과 불법도박, 사이버 사기 조직 운영에 연루돼 있다.
시아누크빌은 과거 관광지로 각광받았으나, 최근 몇 년간 초국경 범죄조직의 소굴로 변질됐다. 미국 재무부는 동남아 전역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워싱턴포스트와 BBC 등 주요 외신은 “범죄 수익의 글로벌 세탁, 현지 정치권과의 결탁, 신흥 범죄모델의 확산”을 이번 사태의 특징으로 짚었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의 취약한 사법·금융 시스템이 초국경 범죄의 온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는 앞으로도 천즈 회장 관련 수사와 각국 협력 강화, 동남아 범죄조직 규제방안 이행 가능성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