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지도 반출 심사 또 연장”…한미협상 연계, IT 산업 지형 바꿀까
구글이 요청한 국내 정밀 지형도 데이터의 국외반출을 둘러싼 논의가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8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요청에 대한 최종 결정을 다시 60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이슈가 안보·통상 협상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과 맞물려, 최종 결정이 해당 외교적 협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전망임을 시사한다.
구글은 올해 2월 국내 1:5,000 축척의 수치지형도를 본사 해외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겠다는 민원을 공식 신청했다. 과거에도 두 차례 비슷한 요청을 했으나, 정부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등 산업·안보적 조건을 내걸면서 반출은 불허됐다. 이번에도 지난 5월 열린 협의체에서 산업 및 안보 영향의 심도 있는 분석 필요성이 제기돼, 결정을 유보해왔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 심사 운영규정에 별도의 연장 제한이 명시돼 있지 않고, 민원처리법상 신청인 동의가 있으면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이번 연장 역시 구글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결과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고정밀 국가기본도 국외반출의 안보 우려 해소 방안, 추가 대책 검토를 위해서"라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향후 협의체는 구글 측 회신을 바탕으로 관계 부처 간 심층 논의를 거쳐 최종 반출 여부를 결론지을 계획이다.
업계는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이슈와 함께 논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실 브리핑에선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을 정상회담에서 별도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도 나왔다. 이러한 외교적 수순에 따라 정부의 최종 결정 시기도 11월로까지 미뤄질 전망이다.
동일 사안은 애플도 제기한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 6월 국토지리정보원에 동일 축척의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신청한 상태로, 심사 마감 기한은 다음달 8일이다. 빠른 결론 도출 시 두 글로벌 IT 기업의 지도 반출 요청이 동시 심사에 오를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밀 지도 데이터가 국가 안보, 산업 보호라는 입장과, 데이터 개방을 통한 글로벌 IT 경쟁력 강화라는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례에서는 일부 국가들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전략자산으로 취급해 엄격한 규제 체계를 적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IT플랫폼의 지도 데이터 활용이 산업 구조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정부의 판단이 자율주행, 위치기반서비스(LBS), 스마트시티 등 관련 산업의 혁신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지도의 국경을 둘러싼 규제·개방 논쟁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시장에서 IT와 안보의 균형이 어떻게 잡힐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의 조화가 앞으로 IT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