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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년물 국채 5% 돌파”…재정 위기 신호에 세계 자금시장 혼돈→투자자 불안 고조
국제

“미국 30년물 국채 5% 돌파”…재정 위기 신호에 세계 자금시장 혼돈→투자자 불안 고조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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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을 감도는 봄 바람처럼, 한때 미국 재무부의 국채 시장은 견고함과 안정을 자랑했지만, 5월의 밤을 뚫고 퍼져나간 숫자 하나가 세계 자본시장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21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09%를 찍으며 1년 반 만에 가장 가파른 절정으로 치솟았다. 이 숫자는 단순한 금융 지표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심층에 도사린 재정 적자와 부채의 그림자가 드리운 새벽의 경종이었다.

 

이번 금리 급등 뒤에는 두터운 구름처럼 쌓여 온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꾸준히 늘어난 연방정부 부채가 자리했다. 미국 의회예산국과 합동조세위원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메가 법안’이 연방 재정적자를 향후 10년간 2조 5천억~3조 달러까지 늘릴 것이라 내다보았다. 지난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신뢰의 기둥에 금이 가고 말았다. 이제 미국의 고유 등급을 유지하는 기관조차 사라진 상태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재정적자·부채 부담에 1년반 만에 최고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재정적자·부채 부담에 1년반 만에 최고

시장은 그 불안을 숫자로 쏟아냈다. 30년물 금리는 막판 5.09%로 껑충 뛰었고, 대표 지표인 10년물 금리마저 단숨에 4.60%를 돌파했다. 이날 재무부가 발행한 20년물 입찰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해외 투자자마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유지 비용은 6,840억 달러에 달해 전체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잔물결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동아시아, 유럽에도 닿았다. 일본 국채시장에서는 30년·40년 만기물이 3%를 훌쩍 넘었고,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일시적으로 2.9%로 상승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이미 250%에 달해 세계 금융시장 전체의 부담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역시 ‘기본법’ 개정 이후로 부채비율 증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관세 정책,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한 전통적 신뢰를 흔든다고 지적한다. 긴축재정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글로벌 투자 흐름의 변동성도 날로 커졌다. 라이트슨 ICAP의 크랜달은 “투자자들은 정부 부채가 금융시장을 뒤흔들 충격점이 어디인지 밤새 계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의 역동성과 안전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별 재정지표와 정책 변화가 글로벌 환율과 자산시장, 투자 흐름까지 출렁이게 하며, 세계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문턱에 서 있다. 밤하늘의 별빛조차 예전같지 않은 때, 투자자들은 신중히 걷는 법을 다시 익히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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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채금리#무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