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거부 398회 반복”…임성근, 순직 해병 수사 특검 조사 전면 불응
진술 거부권 행사를 두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2023년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이 2·3차 특검 조사에서 398차례나 진술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진상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8월 7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이명현 특검팀에 출석해 400건 가까운 질문에 “진술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수색 작전 지시 및 사고 경위 허위 보고 의혹 등 핵심 사안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수색 작전 관련 질문뿐 아니라 현장 차량 이용 등 기본 사실관계에도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 거부하겠다” 또는 “진술하지 않겠다”는 말을 각각 244회, 154회 반복했고, 실제 562개 질문 가운데 대부분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과거 경찰 조사 진술 내용과의 불일치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예하 부대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엔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지시”라고 강조했으나, 임 전 사단장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어 “어떤 점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의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특별검사팀은 휴대전화 비밀번호 미제공 등 비협조 태도까지 조명했다. 검사는 “핵심 물증의 포렌식 절차를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어 상당히 불량하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임 전 사단장 측은 “검사가 피의자 진술을 위축시키고, 비밀번호 제공을 법적으로 의무 없는 사안임에도 사실상 강요했다”고 반박했다. 양측 입장 차는 깊게 드러났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당사자 추가 조사보다는 수색 작전 참가 지휘관 등 관계자를 중심으로 추가 조사를 이어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지난 11일 출석 당시 “그동안 조사와 청문회에서 수천 번 진술했고, 이제 진실은 수사기관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 초기부터 혐의자로 특정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후 제외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팀과 임 전 사단장 측의 법적·정치적 공방이 심화됨에 따라 순직 해병 진상 규명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이번 특검 조사 결과와 후속 진상 규명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