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차 6곳 마이너스 전환”…보험사, 낙관적 손해율 산정에 수익성 흔들
짙은 안개 속 미래를 가늠하려 했던 보험사들의 추정치는 현실 앞에서 그 시계가 흐려졌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 9곳 중 6곳이 예상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산정한 탓에 예실차 손실을 맞이했다. 이른바 ‘예실차’—즉 보험금 지급의 예상과 실적 간 괴리는, 한없이 정밀해야 할 재무 안정성의 기초를 다시금 되짚게 한다.
삼성생명은 마이너스 3.8%, 한화생명 마이너스 4.1%, 신한라이프생명 마이너스 4.4%로 생명보험사의 평균을 밑돌았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마이너스 1.0%, 현대해상이 마이너스 6.6%, KB손해보험이 마이너스 0.7%를 기록하며, 단기 수익성의 기대는 실제 지급액 앞에서 조용히 꺾였다.

반면 교보생명은 7.4%, 메리츠화재 2.2%, 그리고 DB손해보험은 0.6%를 남기며, 예실차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은 보험사가 손해율 전망과 실제 수치 간 괴리로 인한 재무 부담을 실감했다.
예실차 손실은 그저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었다.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등은 예실차율 절댓값이 3%를 넘어서, 계리 기준의 정교함을 한 번 더 돌아봐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장기보험 손해율을 지금보다 3~15%포인트 다르게 가정했지만, 지난 10년간 장기보험 손해율은 무려 15%포인트 상승하며, 시장 환경이 긴 호흡으로 변해왔음을 드러냈다.
장기손해율 가정의 1%포인트 조정만으로도 보험사의 세전이익이 400억 원에서 1,000억 원까지 출렁일 수 있다는 점, 지급여력비율(K-ICS) 역시 즉각적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은 업계에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IFRS17의 취지에 맞게 보수적 추정만으론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장기보험의 실적손해율과 예상손해율 사이 간극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의 토대 위에 서는 금융산업에서, 현장의 정확한 통계와 투명한 산정이 경쟁력임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손해율과 예실차 전망의 불일치가 심한 보험사는 소명 자료 제출과 현장검사를 예고하며, 시장의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일부 보험사가 단기 실적 제고를 위해 장기 안정성을 일부 희생하고 있음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연말까지 보험 부채 계리의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 운영과 같은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의 집계는 보험산업에 안정성과 예측력을 요구한다.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남겨진 것은 재무 건전성이 곧 계약자들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향후 보험사의 예실차 관리, 장기 손해율 산정 체계 개선이 실제 현장에 어떻게 안착되는지에 따라, 보험 시장의 미래도 달라지리란 예감이 길을 밝힌다. 보험계약자와 투자자 모두 투명한 정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시장의 제도적 변화를 꼼꼼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