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멀티 메달 달성”…신유빈, 값진 동메달 2개→여자탁구 새 역사 쓰다
두 개의 동메달이 목에 걸리던 순간, 신유빈은 감춰온 아픔까지도 미소로 눌렀다. 여전히 채 아물지 않은 손목에, 반복된 부진의 그림자까지 이겨낸 선수에게 이 메달은 단순한 성취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파트너 유한나와 나눴던 짧은 포옹에서, 한국 여자탁구의 새 역사가 조용히 시작됐다.
신유빈은 2025 국제탁구연맹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값진 동메달 두 개를 따내며 한국 여자탁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25일 새벽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복식 준결승, 신유빈과 유한나는 루마니아의 베르나데트 쇠츠, 오스트리아의 소피아 폴카노바 조에게 접전 끝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결승 진출은 좌절됐으나 이들은 공동 3위로 동메달을 확정해 국내 팬들에게 긴 여운을 안겼다.

앞서 임종훈과 호흡한 혼합복식에서도 신유빈은 이미 동메달을 확보했다. 한 대회에서 두 개의 메달을 품에 안은 여자선수는 1993년 예테보리 대회의 현정화 이후 32년 만이다. 당시 현정화는 여자단식 금메달, 유남규와 짝지은 혼합복식 은메달까지 거둔 바 있다. 남녀 전체를 통틀면 2017년 이상수의 뒤를 잇는 쾌거로, 신유빈의 멀티 메달은 오랜만에 울려 퍼진 금자탑이다.
신유빈의 이번 도전은 2023년 더반 대회 여자복식 은메달까지 합쳐,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불과 두 달여 손발을 맞춰온 유한나와의 복식에서 일군 성과는, 새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서 곧바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탁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기 뒤 신유빈은 “뛰어난 파트너들과 함께해 두 개의 메달을 딸 수 있었다. 과정과 결과 모두 남달랐다”며 동료와 팀에 공을 돌렸다. 통증과 시련이 반복된 시간도 되짚었다. “하루에 두 개의 메달이 결정돼 너무 기뻤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손목도, 내 스스로 쌓아온 노력을 믿으려고 애썼다. 그 믿음이 결국 값진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자단식에서는 세계랭킹 1위 쑨잉사에게 2-4로 패했다. 2년 전 0-4 완패와 달리, 이날은 두 게임을 따내며 접전을 펼쳐서 성장세가 엿보였다. 신유빈의 플레이는 고비마다 관중들의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고, 때로는 승리에 가까운 듀스 싸움으로 한국 탁구 팬의 자부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이번 대회 신유빈의 활약으로 대한민국 여자탁구는 국제 무대에서 한 단계 높아진 평가를 받게 됐다. 앞으로도 유한나와의 복식 호흡, 소속 대한항공팀에서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음 시즌 월드컵 대표 선발전, 올림픽 무대를 향한 준비가 조용히 시작된 가운데, 신유빈의 또 다른 도전에도 팬들은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누군가는 메달의 빛을 기억하겠지만, 어떤 이는 힘겨운 순간마다 쥐었던 라켓과 흘러내린 땀이 아로새긴 시간을 떠올릴지 모른다. 여운을 남긴 이 순간, 신유빈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무대 모두,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