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표준화 논쟁”…수의사단체, 공공동물병원 정책에 반발 확산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으로 공공동물병원 설립과 진료항목별 표준수가제(진료비 표준 가격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수의사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의료보험 및 표준 진료항목 부재로 동물 진료의 공공성, 형평성 확보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우려다. 진료비 인하 목적의 제도 개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며, 산업계와 정책 당국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지자체 등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공동물병원을 중심으로 표준수가제를 우선 도입하고, 민간 동물병원 중 제도 참여 기관을 ‘상생동물병원’으로 지정해 400곳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표준수가제는 기존 병원별로 상이한 진료비 체계를, 정부가 항목별 기준 가격으로 통일하겠다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역별로 진료비 편차가 상당하다. 초진 진찰료의 경우 최고-최저가 1.9배, 입원비 1.5배, 엑스레이 검사비 1.6배까지 실제 차이가 확인됐다.

진료비 격차가 확대된 배경에는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화 조치가 있다. 당시 ‘경쟁을 통한 진료 질 개선’이 정책 취지였으나, 이후 표준화된 진료항목 부재와 공공 건강보험 미도입 등 제도적 한계가 반복돼왔다.
수의사단체는 표준수가제 도입의 전제 자체가 모호하다고 반박한다. 대한수의사회는 “반려동물 진료에는 의료보험이 없고, 항목별 표준화 기준 자체도 없어 표준 진료비 산정이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공공동물병원보다는 취약계층 대상 직접 지원, 백신·기초검진 등 예방의료에 대한 공적보조 시스템 우선 구축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김포시 공공동물병원 사례를 근거로 예산 대비 낮은 실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매년 4억원 이상 비용에 일평균 6건 진료, 연수입 1500만원, 연간 운영비는 1억7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국제적으로도 동물진료비에 대한 표준수가제 실시는 전례가 드물다. 독일이 일시적으로 최저가 기준제를 운용했으나, 유럽연합 차원의 폐지 압력 등 제도 지속성이 약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산시수의사회의 접종비용 표준화 추진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판단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전력도 언급됐다.
현재 국내 동물병원 75%가 1인 경영 형태이며, 수의사 연 평균 수입은 치과의사의 6분의 1 수준(대한수의사회·국세청 통계 기준)으로 나타났다. 수의사회는 “고소득자라는 오해와 사회 인식 확대가 치료비 과잉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독일 등 선진국 대비 진료비 수준이 낮다”고 반박했다.
업계는 정부 주도의 진료비 표준화가 실질적 소비자 보호로 이어질지, 자율화된 시장 특성과 공공의료 체계 미비 속에서 제도 효율이 담보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는 제도적 틀과 현장 여건, 공정성·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