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R&D 선순환”…한국, 신약혁신 위해 정책 대전환 시급
자본시장 활성화와 연구개발(R&D) 선순환 체계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혁신을 이끌 ‘필수 조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 주도의 장기 펀딩과 혁신 벤처 지원, 그리고 AI 등 첨단기술 도입이 미래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각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이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펴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80년사’의 특별 대담에서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R&D 선순환 체계 구축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1990년대 이후 약 6000개 바이오벤처가 창업했지만, 2022년 이후 신약 개발 자본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주도 장기 펀딩 확대와 유망 파이프라인 지원, 신기술 혁신 벤처 창업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와 제약기업 간 ‘이어달리기’ 프로젝트에 벤처캐피탈(VC)과 정책적 R&D 자금을 결집해 혁신 생태계를 복원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기술적으로는 신약 개발 전주기에서 초기 연구부터 임상,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체계적 투자와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도입이 관건으로 꼽힌다. 노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일부 희귀질환 치료제 외에는 글로벌 선도기업에 비해 임상 및 상업화 역량이 부족하다”며,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 및 파이프라인 중심의 R&D 투자, 후기임상 지원 확대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주문했다. 특히 약가 절감 재원을 R&D 선순환에 활용하는 정책 필요성, 그리고 AI 신약 개발의 본격화를 위한 'AI 신약 개발 가상연구소', 'AI 기반 자율화실험실(SDL)' 구축 등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업계에서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은 신약 발견, 임상시험 설계, 스마트 실험실 구축 등 각 단계 경쟁력의 판도 변화를 이끌 핵심으로 부상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에선 이미 AI 모델을 통한 후보물질 설계, 자동화 합성 실험, 빅데이터 기반 임상환자 모집 예측이 주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정책과 규제 차원에서는 국가 주도의 신약개발 아젠다 실행기구, 정부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가 거론된다. 이 위원장은 “중국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정부 주도로 육성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인프라 확충, 인재 육성, 대형 자금 지원 등 총괄적 컨트롤타워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약가정책, 혁신 벤처 자본공급, 민관협업 촉진 등 복합적 정책 패키지가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신약개발, 디지털 전환 등 혁신 기제가 실제 산업 현장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장기 펀딩과 R&D 선순환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산업계는 정책 대전환이 신약혁신 생태계 구축의 변곡점이 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기술과 자본, 정책의 유기적 선순환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