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등재”…벌랜더, 가슴 통증 충격→샌프란시스코 혼돈의 마운드
익숙한 강속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오는 벌랜더의 뒷모습에 팬들은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부상이야말로 베테랑 선수에게 가장 쓰라린 시험이었다.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는 샌프란시스코 선발 벌랜더가, 당분간 마운드를 떠난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저스틴 벌랜더는 22일 가슴 근육통으로 인해 부상자명단(IL)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구단의 밥 멜빈 감독이 전했다. 벌랜더는 지난 1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원정 경기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4이닝 소화 후 교체 신호를 보냈다. 피안타 3개와 볼넷 5개, 2실점의 성적은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고, 직구의 평균 구속마저 91.3마일에 머물러 시즌 평균보다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0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벌랜더는, 그 후 262승 150패, 평균자책점 3.31, 그리고 무려 3,45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세 차례의 사이영상 수상이 말해주듯, 벌랜더의 존재는 단순한 에이스를 넘어 마운드의 신화에 가까웠다. 지난 11월엔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에 손을 잡으며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지만, 올 시즌 10경기에서 승 없이 3패라는 아쉬운 기록, 그리고 평균자책점 4.33에 그친 볼멘 결과 앞에서 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벌랜더는 “팀에 폐를 끼쳐 미안하다.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현지 팬들 역시 각종 SNS와 구단 게시판에서 “벌랜더의 복귀를 기다린다”, “베테랑 정신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를 맴도는 짙은 기대와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났다.
불안한 기운은 투수진 전체에 번지고 있다. 벌랜더의 이탈로 샌프란시스코 선발진은 재정비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베테랑의 빈자리를 메울 방법보다, 필라델피아전을 앞두고 당면한 현실이 더 냉정하게 느껴진다. 벌랜더가 언제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눈빛을 거두지 못한 팬들의 깊은 시선이 머무른다.
부상을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시간이 답하게 될 것이다. 한때 누구보다 강인했던 투수의 뒷모습, 그 걸음의 무게를 누구도 쉬이 재단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주말 홈경기는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겠지만, 야구장은 여전히 벌랜더의 이름을 부르며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