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구름 많지만 여유롭다”…고성에서 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여행의 순간
라이프

“구름 많지만 여유롭다”…고성에서 자연과 역사가 만나는 여행의 순간

송다인 기자
입력

여행을 떠나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풍경이 주는 감동과, 그곳만의 고요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 강원도 고성군을 찾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파랗게 펼쳐진 동해와 유서 깊은 산, 그리고 구름 많은 여름 하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길 원하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19일 오후, 고성군의 구름 가득한 하늘과 32도 후반의 기온, 49% 습도의 날씨는 여름의 한 복판임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와, 햇살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자연 풍광 덕분인지, 여행자들은 더위 속에서도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특히 하늬라벤더팜에서는 6월의 라벤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보랏빛 향기로 가득 찬 밭을 따라 걷거나, 라벤더를 배경 삼아 남기는 사진 한 장마다 그날의 계절을 품는다. SNS에는 “고성의 라벤더 밭에서 여름이 기다려졌다”, “꽃 내음 따라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어느 곳보다 자유롭다”는 인증이 이어진다.

 

해변의 풍경도 특별하다. 아야진해수욕장은 예상 외로 한산해 오래 머물러도 부담이 없다. 잔잔한 파도와 맑은 물, 따뜻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함께 찾은 가족들은 모래 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나누고, 연인들은 물가에 발을 담그며, “여름엔 역시 이렇게 쉬는 게 좋다”고 고백한다. 이런 ‘쉼’의 경험은 평소 바쁜 일상에서 먼 곳으로 떠나온 보상처럼 느껴진다.

 

역사와 평화를 돌아보는 이들에게는 고성통일전망타워가 각별하다. 휴전선 너머 북한 땅과 금강산,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통일의 의미와 남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전시관에 머무는 모두가 “멀지만 가까운, 서로 다른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 여행자는 “강원도 고성에서 평화를 꿈꾼다”는 감상을 댓글로 남긴다.

 

청간정은 바다와 기암괴석, 정자가 한 데 어우러진 관동팔경의 유서 깊은 장소다. 새벽이면 해돋이를 보러 온 여행자들이 조용히 바다를 마주 앉는다. “붐비지 않아 좋다”, “파도 소리 덕분에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후기가 많다. 사찰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설악산 자락 화암사로 향한다. 고요한 산사와 숲길 산책로는 도시에서 잊었던 ‘마음의 속도’를 다시 찾게 해준다.

 

이런 여행지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각각의 장소가 자신의 시간과, 자연과, 역사를 마주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행자 대부분이 “눈에 보이는 것만큼, 들리는 파도 소리나 바람의 온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소감을 말한다.

 

작고 사소한 떠남이지만, 고성에서의 여름은 매번 새로운 의미를 남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바쁘게 사는 우리에게 ‘지금, 이 풍경을 누리는 용기’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다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고성#하늬라벤더팜#청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