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시민 대피 행렬”…이스라엘·이란 맞공습 4일째, 사망자 속출→전면전 공포 고조
혼돈은 언제나 소리 없이 도시를 덮친다. 테헤란의 하늘을 가르는 사이렌, 대피소를 향해 달리는 이른 새벽의 인파, 그리고 뿌연 연기 사이로 적막하게 멈춰선 차량 행렬.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4일째 이어진 6월 중순의 테헤란—이곳에서 생의 터전을 등진 시민들은 북쪽 카스피해와 교외 마을로 긴 이주를 시작했다. 작은 짐 꾸러미와 아이의 손을 이끄는 어머니들, 희고 긴 주유소 대기줄, 텅 빈 거리를 감도는 공포. 전쟁은 그렇게, 한 사람씩 도시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미 군사시설을 넘어 민가로 번졌다.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던 지역까지 미사일이 내리꽂히며 사망자 수는 224명, 부상자는 1천2백명을 넘어섰다. 혁명수비대 핵심 인물과 핵 과학자도 목숨을 잃었다. 이란은 예루살렘을 비롯해 이스라엘 중·북부 지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섰고, 그 결과 이스라엘에서도 최소 14명이 숨지고 390여 명이 부상했다. 어느새 전면전의 참상과 불안이 양쪽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시민은 지하실과 오래된 방공호, 터널, 지하철역에 의지해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도시 곳곳엔 안전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당국은 지하철역 24시간 개방, 학교·모스크 임시 대피소 지정 등 대책을 내놨지만, 민간시설은 전시의 무게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식료품과 연료를 사기 위해 분주히 줄을 선 시민들, 현금 인출에 몰린 사람들… 불안과 절박함이 교차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의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휴전 의지를 내비치지 않은 채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시설 타격 요청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는 싸워야 할 때가 있다”며 양국 평화를 희망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 어떤 정치적 입장과 군사적 전략도, 테헤란 거리에서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와, 도시를 등지는 시민의 무거운 걸음과는 맞닿을 수 없다. 주민들은 이란 정권에 대한 거부감과 외세의 폭격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표출한다. “독재자가 물러나길 바라지만, 우리의 도시가 외부 폭격으로 무너지는 건 원치 않는다”는 시민의 절규,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민간인 폭격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도시 곳곳을 메운다.
충돌의 불길이 점점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다음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펼쳐진다. 전쟁의 끝은 여전히 멀고, 분노와 염원—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평화의 한 줄기 기대만이 뜨거운 모래바람을 가르며 이 도시를 스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