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KCM·윤은혜 절규”…재개발 폭력에 무너진 안식처→끝내 남은 상처는 어디로
환하게 시작된 KCM의 목소리와 윤은혜, 채서진의 표정에는 어느새 어딘가 깊은 슬픔이 자리 잡았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상처 입었던 재개발 철거 현장 앞에 섰다. 삶의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폭력의 잔재로 바뀌던 참상은 시청자에게 씻을 수 없는 울림을 선사했다.
서울 도원동의 재개발 구역. 세 아이 아버지 KCM이 떠올린 것은 부모와 떨어져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눈물과, 무자비하게 이어진 쇠 파이프, 망치 소리 사이로 사라진 온기였다. 방화와 협박, 온 가족이 장애와 고통을 입으며 부서져 간 나날. KCM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떨었고, 윤은혜는 "지옥 같았을 것 같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채서진 또한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했지만, 눈앞에 놓인 이야기는 말로 다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기록을 남긴 임종진 사진기자의 증언은 더욱 생생했다. 전쟁터와도 같았던 환경, 용역들의 폭행과 방화, 저항조차 허락되지 않은 밤의 공포. 그 안에서 임산부는 뱃속 태아와 함께 폭력에 노출됐고, 아이들은 성인이 끌려 나가는 모습을 계단 아래에서 지켜봐야 했다. 행당동, 봉천동, 그리고 각 재개발 구역마다 평범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었다. 심지어 대낮 거리에서는 극악한 인권 유린까지 벌어졌고, 철거민들은 죄인 아닌 죄인으로 몰렸다.
사회 구조와 공권력의 외면은 상처만을 남겼다. 방화와 폭행, 온갖 협박이 반복되며 누군가는 창문 끝에 매달려 목숨을 건졌고, 누군가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합동 재개발의 명목 아래 쏟아진 폭력,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보고서는 잔혹한 역사로 남았다. 제대로 처벌 한 명 없이, 오히려 농성을 벌인 철거민이 연행되고 생존자들은 부당한 수배와 트라우마로 평생을 견뎌야 했다.
158페이지에 달하는 ‘철거 범죄 보고서’가 생생히 증명하듯, 이 잔혹사는 결코 누군가의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KCM은 “겪어본 이들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윤은혜는 “다시는 이런 보고서가 나오지 않길, 나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프로그램을 함께한 장도연, 장현성, 장성규가 읽은 “감추인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진다”라는 문장은 마지막까지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방송 직후 온라인과 SNS에는 경악과 슬픔, 분노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이게 실화냐", "잊지 않겠다"는 각오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사라진 집, 사라진 풍경을 함께 기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누군가에겐 평범했던 하루가, 너무나 많은 이들의 인생을 뒤바꾼 이날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 SBS에서 방송되며, 감춰진 진실과 지나간 풍경을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