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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구조조정 본격화”…KT ENA, 3개 채널 매각 결정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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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산업 전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KT 그룹의 계열 방송사 KT ENA가 경영 효율화 방안으로 3개 운영 채널을 분할 및 매각하기로 하면서, 유료방송 업계의 구조조정 흐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커진 방송채널사업자(PP)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채널 수를 감축하는 현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콘텐츠와 채널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가 변화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향후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가 3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종속회사인 KT ENA는 2024년 5월 3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회사 분할을 결의했다. 대상 사업부문은 중국 드라마 편성 중심의 채널칭, 여행 전문 채널 오앤티, 건강 전문 채널 헬스메디TV 등 총 3곳이다. KT ENA는 분할 및 신규 법인 설립 후 각 채널 관련 법인의 주식 전량을 제3자에게 매각할 계획이다. 향후 확보 재원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 등 전략적 사업 재편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기존 방송채널사업자가 자체 콘텐츠 공급 및 채널 운용에 투입하던 자원을 효율화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영역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채널칭은 중국 및 아시아권 드라마 방영에 특화돼 있었으나, OTT 플랫폼·IPTV 등 신규 미디어 소비 채널에 밀려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여왔다. 오앤티와 헬스메디TV도 특화 콘텐츠를 갖췄음에도 제한된 광고 수익과 유료방송 시장의 정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매각 근거로 지목된다.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소비자 이탈과 광고 단가 하락, 신규 가입자 정체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 IPTV·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의 상승세가 방송채널사업자 전반의 존속을 위협한다. 특히 KT ENA의 이번 매각은 유사 조건에 놓인 타 유료방송 채널에도 구조조정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분할·매각 계획이 채널 선정 및 협상 과정에 따라 내년 1월 1일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CJ ENM, LG헬로비전 등 미디어 대기업들 역시 수년 전부터 비핵심 및 저수익 채널을 축소·재편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미국·일본 주요 케이블TV 채널 사업자들이 OTT와 연계한 통합 플랫폼 전략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채널 폐국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에 KT ENA가 내놓은 선택과 집중 전략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넓은 패러다임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규제 및 정책 측면에서는 유료방송법과 방송산업 진흥, 미디어 다원성 유지 요청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존한다. 채널 매각 등 구조조정이 시청권·채널 선택권에 미칠 영향, 공정거래 및 독과점 규제 여부 등도 향후 정책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KT ENA는 분할 대상 3개 채널 전부를 한꺼번에 매각하지 않고 순차 추진하는 구상도 밝혔다. 시점과 방식은 분할 대상 법인 이사회 결의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업계에서 비핵심 채널 축소 및 자산 매각이 이어질 경우 전체 산업구조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전통적 채널 산업에 기반한 콘텐츠 사업모델이 생존하려면 기술 혁신과 신규 미디어 플랫폼 연계, 차별화된 성장 전략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KT ENA의 채널 매각 결정이 실제 시장 재편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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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ena#채널칭#케이블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