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타로 슬럼프 탈출”…이정후, 켈리 상대 부활→샌프란시스코 연패 끊었다
벼랑 끝에서 손끝에 실린 함성, 그라운드 위에 오래 쌓였던 무게가 한순간 허물어졌다. 이정후가 극심한 부진을 털고 돌아온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이들의 숨결이 다시금 힘을 얻었다. 짧지 않았던 어둠 너머, 그가 만들어낸 3루타에는 자신과 팀을 되살리는 힘이 담겨 있었다.
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맞대결에서 이정후는 5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회초 2사 1루, 메릴 켈리의 92.6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강타해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1타점 3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익수 방면 2루타를, 8회에는 내야안타까지 더해 시즌 7번째 3루타와 함께 28일 만의 멀티히트도 신고했다.
![3루타를 치고 3루에 슬라이딩하는 이정후[AP=연합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703/1751523826247_414119734.webp)
늘어가는 무안타와 떨어진 타율로 위기에 몰렸던 6월의 시간은 이날 완벽히 덮였다.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246까지 회복했고, OPS 역시 0.721로 올라섰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맞이한 7월 첫 경기에서 5월 7일 이후 처음으로 3안타 경기를 열어젖히는 반등을 증명했다.
양 팀이 10회 연장까지 엎치락뒤치락했던 승부에서 이정후는 2루 주자로 나서 마지막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홈런만 더했다면 사이클링 히트에도 도전할 수 있었으나, 누구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샌프란시스코의 4연패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냈다. 현지와 한국 양국 야구팬 모두가 그의 부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메릴 켈리와의 만남 또한 특별했다. 두 선수는 KBO리그에서 자주 맞붙었고, 이날 한·미 무대에서 다시 만난 순간이 더욱 주목받았다. 경기 내내 켈리의 변화무쌍한 투구를 집요하게 파고든 이정후는, 결국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이날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를 지켰고, 2위 팀과의 간격도 0.5경기 차로 좁혔다. 이정후의 기록은 류현진, 김광현에 이은 KBO 역수출의 흐름을 또 한 번 이어가며, 내셔널리그 3루타 부문 상위권으로 재진입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긴 침묵과 연속된 무안타를 이겨낸 이정후의 이날 경기는, 그 자체로서 팬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단순한 개인의 재기 그 이상, 팀 동료와 팬들의 기다림에 응답한 희망의 순간이었다.
하루 문득 돌아보면, 잠시 멀어졌던 빛이 다시 번져드는 장면들이 있다. 가라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며,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을 함께 바꿔놓은 이정후의 방망이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경기는 미국 현지 시간 기준 매일 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채널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