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0선 회복·코스피 2% 급등”…트럼프 관세 유예에 현대로템·삼성중공업 쏠림, 환율·금융주도 동반 강세
5월의 마지막 주, 시장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 소식이 국내 증시에 서서히 온기가 돌게 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럽연합(EU) 관세 유예 결정. 이 한 마디가 주식시장의 얼어붙은 공기를 순식간에 달궜다. 이튿날, 코스피는 이 소식에 강하게 반응하며 마치 파란 하늘을 가르는 새떼처럼 힘차게 치고 올라 2% 넘게 급등, 2,644.40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목을 넘어 산업을 넘나드는 매수세의 물결에 산뜻한 상승 곡선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옅은 불안 대신 확실한 유예를 택했다. 외국인과 기관, 양대 축이 동시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증시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당일 1,019억 원, 기관이 4,302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5,139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하며 조용히 한 발 물러섰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1조 9,27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오랜만에 ‘바이 코리아’ 열기를 입증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526/1748244974747_512599172.webp)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현대로템,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었다. 현대로템에는 외국인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렸으며, 1,478억 원어치 집중 매수에 힘입어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삼성중공업도 705억 원, 한화오션은 292억 원에 이르는 외국인 순매수세를 기반으로 동반 강세를 마주했다. 그 밖에도 에이피알, KB금융, 한미반도체, 포스코퓨처엠 같은 산업 다각화 종목이 동시에 각광받았다.
그러나 상승의 그림자 아래에선 차익 실현 움직임도 꿈틀거렸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현대차 등 대형주 일부는 매도 물살을 피하지 못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에서만 1,137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마트폰 관세를 엄포한 탓에 수출 주도의 IT·자동차 업종이 일시 조정받는 모습이었다.
조선, 이차전지, 그리고 반도체 섹터가 시장의 바람을 이끌었다. 글로벌 무역갈등 압력이 누그러지자, 국내 조선주들은 본격적으로 반사이익 조짐을 보였다. HD현대중공업은 6.04%, 한화오션은 3.82%, HD한국조선해양 역시 2.77% 뛰었다. 이차전지 대표주 LG에너지솔루션은 3.73%, 포스코홀딩스는 3.43% 오르며 전기차 밸류체인의 안정성 회복 기대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났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도 함께 올랐다.
반도체 섹터에선 장 초반 삼성전자(0.92%)와 SK하이닉스(1.50%)가 성장 불확실성에 일시 조정을 겪었으나, 이내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의 관세 협상 완화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섹터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KB금융이 3.03% 상승하며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섰다. 기관의 견고한 매수세가 하반기 금융주의 방어력을 재확인시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활력을 되찾은 937개 종목 중 68%에 해당하는 637개 종목이 상승했다. 건설, 금융, 화학, 제약 같은 경기민감주도 시장과 발맞춰 동반 오름세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주저함 없이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1.30% 올라 725.27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중소형 성장주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알테오젠, 펩트론 등 바이오 업종에서 개별 종목의 강세가 뚜렷했고, 이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의 동반 오름세가 눈길을 끌었다.
환율은 1,364.4원으로 11.2원 내리며 원화 절상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외환시장도 한껏 고무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거래대금 역시 풍요롭게 쌓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 3,370억 원, 코스닥에서 5조 3,670억 원이 거래됐다. 풍부한 유동성과 개선된 투자심리가 5월 말 증시에 색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한 차례 숨 고르기로 불확실성을 덜어낸 국내 증시는 이제 글로벌 정치의 변곡점, 그리고 경제 질서 재편 신호에 더욱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 금융시장 모두 관세 협상과 국제 무역의 흐름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커진 시점이다. 6월로 넘어가는 계절,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신호에 각자의 나침반을 더욱 곧게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