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대잔치의 전설”…김시래, 530경기 여운→농구 인생 마침표
가장 찬란한 겨울이 지나가는 길목, 코트 위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 김시래의 눈빛은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한 풍경을 담고 있었다. 빠르고 날카로운 돌파, 묵직한 어시스트로 농구팬들의 심장을 두드렸던 시간을 뒤로하고, 김시래는 진한 박수 사이에서 농구화끈을 풀었다. 긴 여정의 끝에서 그는 “늘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하다”고 조심스레 말을 잇지만, 그 말엔 이별의 쓸쓸함과 뭉클한 감동이 켜켜이 묻어났다.
KBL 원주 DB의 베테랑 포인트가드 김시래는 29일 자신의 은퇴 결정을 조용히 밝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10살 때부터 농구만 해왔기에 미련은 없다”는 담담한 소회 속에서, 지난 12시즌과 530경기라는 여정이 묵직하게 쌓였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울산 모비스에 입단한 뒤 창원 LG, 서울 삼성, 원주 DB 등 네 구단을 대표하며, 그는 평균 8.9점 4.3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겼다. 플레이오프 31경기에서는 평균 12.2점, 5.1어시스트로 큰 경기마다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 시즌 DB 소속으로 치른 47경기에서 프로 생활을 정리했다.

대학 시절 ‘시래대잔치’라는 별명을 얻은 데는 2011 농구대잔치가 있었다. 명지대 대표로 출전해 6경기 평균 25.5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고, 개인 수상에서는 최다득점상, 최다 어시스트상, 수비상 등 3관왕을 휩쓴 순간이 농구팬들의 기억 속에 빛났다. 프로 무대에서도 신인의 벽은 없었다. 데뷔 시즌 챔피언결정전 4경기 모두 출전, 평균 10.3점과 5어시스트의 활약으로 구단에 우승을 안겼으며, 창원 LG 이적 이후에도 평균 8.9점, 4.7어시스트로 정규리그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해냈다.
우승의 환희 뒤에는 준우승의 아쉬움도 따랐다. 김종규, 문태종 등 동료와 함께 쌓아올린 기록과 기억, 그리고 “프로에서 우승했을 때의 기쁨, 우승하지 못한 날의 아쉬움 모두 소중하다”는 진심 어린 고백이 현장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은퇴 발표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김시래의 별명 ‘시래대잔치’에 얽힌 추억으로 풍성해졌다. 원주 DB 구단 역시 공식 채널을 통해 “김시래의 열정과 헌신에 깊이 감사한다”며 고별의 메시지를 띄웠고, 팬들은 명예로운 마지막을 존경 어린 시선으로 기렸다.
짧지 않은 휴식의 시간을 예고한 김시래는 앞으로의 근황과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원주 DB는 김시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024-2025시즌 로스터 재구성에 돌입한다.
농구의 계절마다 변함없이 코트를 누빈 한 선수의 마침표. 흐르는 땀에 담긴 열정, 승부 뒤의 고요와 안타까움, 그 모든 기억이 김시래 곁에서 흐른다. 스포츠는 기록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은 시간의 감정임을 이번 은퇴가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