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대러 제재에 유가 5% 급등”…국제 원유시장 불안 가중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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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미국(USA)이 러시아(Russia) 대형 석유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 이상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5.6% 오른 배럴당 61.7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5.4% 상승한 배럴당 65.9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 주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이날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미 재무부가 러시아의 평화 협상 의지 부족을 문제 삼아 주요 에너지 기업과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키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유럽연합(EU)까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를 포함한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에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 美 대러 제재 여파에 5%대 급등…WTI 61.79달러
국제유가, 美 대러 제재 여파에 5%대 급등…WTI 61.79달러

제재 여파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위축 우려가 불거지자,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주요 원유 구매국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재 발표 직후 중국의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들은 러시아 석유회사와의 신규 거래를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분석가는 “인도의 대응 방향과 러시아가 대체 구매처를 얼마나 신속히 확보할지가 국제유가 변동성의 중요한 변수”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옥슬리 캐피털 이코노믹스 최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직접 겨냥한 가장 강경한 조치”라면서 “내년에는 글로벌 석유시장이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올레 한센 삭소뱅크 전략 책임자는 “중국, 인도 등 러시아 원유 주요 수입국들이 서방 금융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공급루트 다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리스타드 에너지 글로벌 시장 담당은 “과거 3년 반 동안 실시된 대부분의 대러 제재가 실제 러시아 원유 생산이나 수익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단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서방의 러시아 에너지 봉쇄가 국제 원유시장에 전방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까지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앞으로도 각국의 추가 제재와 러시아의 대응, 주요 구매국들의 전략 변화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 및 수요국 모두 시장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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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유가#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