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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창조주’ 자처, 영성상품 고가 판매”…경찰, 사기·횡령 혐의 구속 송치→종교와 법의 경계는 어디인가
사회

“허경영 ‘창조주’ 자처, 영성상품 고가 판매”…경찰, 사기·횡령 혐의 구속 송치→종교와 법의 경계는 어디인가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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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궁의 어두운 복도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담은 고액의 명패와 칭호를 들고 있었다. ‘창조주’, ‘재림예수’라 자칭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후, 그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종교시설 ‘하늘궁’에서는 특별한 ‘영성상품’ 거래가 이루어졌다. 강연비, 상담비에 이어 ‘네잎클로버’, ‘백궁명패’ 등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대천사 칭호’는 무려 1억원에 이르렀다. ‘대통령대리’라는 이름의 상품에는 ‘대통령이 되면 체포나 조사를 면제받는다’는 설명이 붙었고, 이 역시 1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 오갔다. 경찰은 판매 과정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8명, 피해액은 약 3억원 규모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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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허경영의 범죄 구조는 상품 판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법인 자금 380억원을 횡령하고, 이 가운데 80억원은 국가혁명당에 정치자금으로 전용한 혐의도 드러났다. 특히 급여를 차용금으로 처리하는 등 금융 흐름을 감추려한 정황에 따라 경찰은 조세 포탈 혐의 역시 세무당국에 알렸다. ‘에너지 치료’라는 이름 아래 신도 10여 명을 상대로 신체를 접촉하고 추행했다는 피해 진술도 이어졌다.

 

수사의 문은 신도들의 고발로 열렸다. 2023년 말과 2024년 초, 100여 명의 신도가 경찰 청사 앞에 집결해 사기,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으로 고발장을 냈다. 경찰은 허경영을 30차례 가까이 소환 조사하고, 하늘궁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던 허경영의 구속영장이 지난 8일 신청됐고, 16일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이어진 구속적부심도 20일에 기각됐다.

 

부수적으로, 경찰은 허경영의 사진이 붙은 유통기한이 지난 ‘불로유’와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하늘궁 관계자 8명도 별도 수사 대상이 됐다. 사법 시스템과 자칭 종교 지도자 사이의 경계와 책임이,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경찰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가격을 내세운 심리적 기망이 명확하다”며, 검찰의 추후 수사와 기소, 더 나아가 법원의 판단 과정에서도 모든 사실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피해자와 거액의 자금이 얽힌 사건은 종교의 자유와 형사 책임이라는, 끝나지 않은 논쟁을 한국 사회에 다시 던지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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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경찰#국가혁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