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물 자산으로 대이동”…금·은 시가총액 2경원 급증, 비트코인 급락에 위험자산 불안 확산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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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25년 12월 27일,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USA) 뉴욕과 유럽(Europe) 주요 거래소에서 금과 은 가격이 연말 장중 신고가를 다시 쓰며 귀금속 시가총액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6%가량 떨어지면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 자금 흐름이 실물 자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7일 오후 기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금과 은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1년 사이 약 2경3000조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귀금속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6%가량 하락 마감해,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다시 한 번 인식되고 있다.  

금과 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달러 약세 흐름과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의 공격적 매집이 지목된다. 미국(USA)과 유럽(Europe)이 통화 완화 기조 전환을 둘러싸고 눈치 싸움을 벌이는 사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고 내 금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러시아(Russia)와 중국(China)은 서방 제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금 비축을 늘려 왔고, 최근에는 중동과 아시아 일부 산유국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귀금속 수요를 구조적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유럽(Europe)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채권보다 금과 은으로 쏠리며 장기 국채 수요가 둔화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일본(Japan)과 한국(Korea)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금 현물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 한 국제 투자은행은 보고서에서 “S&P 등 주요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귀금속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비트코인은 연말 들어 조정 장세가 이어지며 6%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고, 다른 주요 코인들도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USA) 증권당국의 규제 압박 가능성과 이자율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일부 국가의 거래 제한 조치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떠올랐던 비트코인이 실제 위기 국면에서는 여전히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투자 자금이 금과 은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리스크 오프’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매체도 안전자산으로의 회귀 현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미국(USA)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분석 기사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금은 여전히 최후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UK)의 BBC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로 불리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통적 귀금속과 다른 궤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Japan) NHK는 “엔화 약세와 국제 금값 상승이 겹치며 일본 투자자의 해외 금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과 은 가격 급등이 단기적인 과열인지, 구조적 전환의 신호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는 최근의 급등세가 달러 약세와 중앙은행 매입이라는 특수 요인이 겹친 결과라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다. 반면 또 다른 시각에서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 중동(MiddleEast)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굳어지면서 실물 안전자산 수요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향후에는 미국(USA)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과 주요 중앙은행의 금 매입 정책이 귀금속 가격의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규제 환경과 시장 신뢰를 개선하며 다시 ‘디지털 안전자산’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 사이에서 이어지는 자금 재편 흐름이 글로벌 금융 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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