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멸종위기종 모니터링”…KT-국립생태원, 습지 생물다양성 보전 협력
ICT 기반 환경 모니터링 기술이 생물다양성 보전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KT와 국립생태원은 기후변화로 급감하는 멸종위기종의 안정적 서식지 보전을 위해 첨단 자동기상관측장비(AWS)와 인공지능 기법을 접목한 생태환경 데이터 분석 협력을 확대한다. 통신 인프라 기업과 생태 전문 연구기관 간 협업이 국내 생물종 관리 패러다임을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ESG 경영의 구체적 실천’과 ‘IT-생태 융합의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KT는 2024년 6월 국립생태원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주요 습지 생태계인 경남 양산 원동습지에서 생물다양성 공동 보전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KT의 자연자본 종합 평가—글로벌 TNFD(재무정보공개 협의체) 가이드라인 기반 평가—결과를 토대로 추진된다. 원동습지는 하천습지로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과 국내 유일 자생지인 서울개발나물(멸종위기 2급)이 공존하는 고가치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전 단계에서 민간·공공 합동 유의적 보전이 시급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KT와 국립생태원은 습지 내 자동기상관측장비(AWS)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연동한 맞춤형 장기 관측 체계를 처음 도입한다. AWS를 통해 기후, 토양, 수질 등 24시간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지고, 데이터는 AI 분석으로 멸종위기종 서식 현황, 생태계 교란종 확산, 환경변수 변화를 실시간 감시한다. 기존 수동 관측 대비 데이터 신뢰성과 반응 속도가 대폭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양 기관은 이와 더불어 외래종 제거, 수달·서울개발나물 보호, 지역 주민 참여형 생태 복원 프로그램 등 현장 중심의 보전 활동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자연자본 보전 분야에서 AI·ICT 접목은 선진국 일부 사례를 빼면 드문 시도다. 유럽연합(EU)은 ‘나투라 2000’ 등에서 위성-센서 융합 감시 기술을 활용 중이나, 국내에서는 KT-국립생태원 협업이 첫 대규모 민관생태관측 인프라 구축 사례로 꼽힌다. 미국, 일본에서도 IT와 보전 정책 결합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ESG 경영 실천의 구체적 사례 제시는 산업계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편 KT는 자체 ESG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환경 정보공개 및 기술융합 기반의 자연자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향후 보전 기술 표준화, 전국 습지 확산 등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태성 KT ESG경영추진실장은 “자연자본 가치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기업의 주요 경영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업이 “IT-바이오 융합 생태계의 현장 실증 모델로, 기술·산업·지역사회가 연동되는 새로운 거버넌스 전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환경 보전 현장에서 가시적 모델로 정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