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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패인 두고 격돌한 지도부”…친한-친윤 갈등 재점화→보수 재편 기로 선 당내 혼돈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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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치르며, 치열하게 엇갈린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정적처럼 맞선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는 6·3 대선 패인을 놓고 가시 돋친 언사를 쏟아내며 서로에 대한 실망과 원망을 에둘러 드러냈다. 패배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지도부와 선대위 구성원들은 뜨거운 자기비판과 좌절, 혁신의 의지를 차례로 토로했다.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애초에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을 ‘보수의 분열’에서 찾았다. 그는 과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직에서 사실상 축출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스스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잘못”라고 주장했다. 특히 후보 교체와 단일화 과정을 “새벽의 후보 교체 쿠데타”라 지적하며, 지도부에 더 넓은 포용과 관용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패인 두고 격돌한 지도부
국민의힘 패인 두고 격돌한 지도부

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곧바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반론을 불러왔다. 권 원내대표는 내부를 겨눈 싸움은 끝내야 한다며, 민주당의 일체감과 분열 없는 선거 전략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의 소극적 선대위 참여 및 선거 지원 부족 문제를 간접적으로 겨냥해, 친한계 내부의 책임도 지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선거 패배의 원인을 “우리끼리의 문제”로 규정하며, 몇몇 인사들의 당 운영 방식이 대중의 신뢰를 저해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은 뼈아픈 자성과 함께 “껍데기는 던지고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고, 나경원·주호영 등도 변화와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회의 말미,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당과 지도부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큰절에 담아 보인 후 “계엄을 했던 대통령, 대통령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킨 당의 과오는 반드시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교체 논란에 대해선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공천 과정이었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도부는 패인 진단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반성의 목소리가 엇갈리며, 단순한 해단식을 넘어 미래 혁신의 방향성과 변화의 바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국민의힘은 후폭풍 속에서 공정한 내부 혁신과 보수 재편의 문제를 안고, 차기 지도체제와 새로운 통합 방식을 모색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회는 다음 정기국회에서 당 개편과 지도부 인선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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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조경태#권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