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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혈전제 복용, 실명 위험 2배”…분당서울대병원,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증출혈 연구 발표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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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혈전제(혈액 응고를 막는 약물) 사용이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의 안구 내 출혈 위험을 최대 2배까지 높인다는 국내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우세준·김민석 교수팀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40세 이상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 9만4449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활용해 항혈전제 복용과 중증 안구 출혈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산업계와 임상계가 주시하던 ‘항혈전제-안구출혈 위험’ 문제를 대규모 코호트와 사례대조군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황반변성 동반질환 맞춤 처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전체 환자 중 항혈전제(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복용군의 유리체절제술이 필요한 안구 내 출혈 위험이 비복용군 대비 1.15배(15%) 증가한다고 밝혔다. 세부 분석에서는 항응고제만 복용 시 1.9배, 항혈소판제만 복용 시 1.4배, 두 약제를 동시에 복용할 경우 무려 2.3배까지 위험도가 상승했다. 특히 처방 의뢰를 성실히 이행한, 이른바 ‘복약 순응도’가 높은 환자군에서는 출혈 위험이 1.69배까지 높아졌다. 약물 복용 기간이 누적될수록 출혈 경향이 따라가며 심화된 셈이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의 황반 부위 손상으로 사물 왜곡 및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전체 황반변성의 약 10%를 차지하는 습성 황반변성에서는 비정상 신생혈관 성장 및 체액·혈액 누출로 망막 출혈이 발생한다. 심한 출혈은 유리체절제술 같은 중재적 수술이 불가피하며, 시기적절 치료가 늦을 경우 영구 시력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심방세동, 뇌경색 등) 동반율이 높은 고령 환자에서는 항혈전제 복용이 필수적이지만, 그간 항혈전제의 눈출혈 유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소규모 또는 단일기관에 머물러 결과 불일치가 반복돼 왔다. 이번 연구는 국내 표본 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적으로 명확한 기준(유리체절제술 시행 중증출혈)으로 약물별 위험 차이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산업 및 의료계 파급력이 크다.

 

비슷한 연구는 미국·유럽 등에서도 분산적으로 보고된 바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코호트 분석과 약물·질환별 위험도 계량화는 드물었다. 교수진은 “남성, 비교적 젊은 연령대, 당뇨병 동반 등도 주요 출혈 위험 인자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의료기술과 헬스케어 데이터가 융합된 이번 연구는 임상 맞춤치료 전략의 중요성을 새로이 부각시켰다. 황반변성과 심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군에서는 내과·안과 협진을 토대로 한 환자 중심의 처방 전략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혈전제 복용을 중단하거나 감량할 때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 합병증과의 교환관계까지 고려한 세밀한 진료 지침이 요구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 동반질환 환자관리에 정밀 데이터 기반 접근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돼, 글로벌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과 임상에 신속히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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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황반변성#항혈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