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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로비 실체 규명이 직권남용 열쇠”…해병특검, 마지막 한달 승부수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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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외압 논란이 첨예한 채상병 순직 사건에서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 5명의 신병 확보에 연이어 실패했다. 이에 따라 그 배경에 자리한 구명로비 의혹 규명이 특검 수사의 새 돌파구가 될지 주목도가 커졌다. 법원은 외압의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처벌 요건에 대해선 다툼 여지를 남겨, 실체적 부당성을 입증하는 데 ‘구명로비 수사’의 성과가 결정적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해병특검팀은 26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 피의자 7명 중 유일하게 법원이 구속을 인용한 인물로, 지난 24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부대 지휘관으로서 안전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을 보강 조사하는 한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관계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박성웅 씨 등 다수 참고인을 통해, 특검은 2022년 7~9월경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같은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채상병 순직 약 1년 전부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 임 전 사단장의 혐의자 제외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에 주목한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사퇴 만류 의사를 전하고, “VIP에게 얘기하겠다. 원래 별 3개 달아주려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구명로비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종호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건희 여사 계좌를 직접 관리한 인물로, 검찰과 대통령실 주변에서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특검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단체대화방 멤버를 통해 구명로비 부탁을 받은 건 맞지만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르기에 연락하진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 2차례를 거쳐 외압 실체 규명에 집중해왔으며, 경찰의 이첩 보류·기록 무단 회수,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의 혐의자 축소 압박 등 단계적 수사외압 전 과정이 이종섭 전 장관 주도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지시가 직무권한 남용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법리적 쟁점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적용이 까다로운 점, 현 정부 역시 해당 조항 개정을 언급해온 현실이 맞물려, 구명로비 의혹이 ‘부당한 목적성’ 입증의 관건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구명로비의 실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직권남용의 주요 범죄 동기로 볼 수 있다”며, “남은 수사 기간, 실체 확인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은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의 친분 형성 시점, 이 전 대표의 김건희 여사 접촉 여부, 부탁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등에 대해 사실관계 규명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개정 특검법상 ‘주요 진술 제공시 형 감경·면제’ 규정도 수사에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구속된 임 전 사단장과, 피의자 전환이 임박한 이 전 대표가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24일 3차 수사기간 연장 승인서를 제출했다. 대통령 결재를 거치면 특검 수사는 내달 28일까지 연장된다. 이번 구명로비 수사 결과가 윗선 수사 성패의 분수령이 될지, 특검의 행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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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특검#임성근#이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