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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연기금, 영국에 15조 투자 단행”…미국 자산 비중 축소→글로벌 자본 흐름 재편 주목
국제

“퀘벡주연기금, 영국에 15조 투자 단행”…미국 자산 비중 축소→글로벌 자본 흐름 재편 주목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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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 너머 대륙을 잇는 다리처럼, 글로벌 자본은 결코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인프라와 자산시장에서 두터운 신뢰의 상징이었던 캐나다의 ‘퀘벡주연기금’이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에 새로운 성장의 씨앗을 흩뿌린다. 금융의 도시 런던을 관통하는 강풍과 함께, 4,730억 캐나다달러라는 방대한 운용 자산의 흐름이 섬세히 조정되고 있다.

 

퀘벡주연기금은 미국에 집중됐던 투자 무게추를 조용히 거두며, 영국과 유럽에 대대적인 투자 확대를 천명했다. 영국 정부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정책을 기회로 포착해, 앞으로 5년간 영국 자산에만 80억 파운드, 한화로 약 14조 8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을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영국 내 자산은 320억 캐나다달러에 이르지만, 이를 약 50% 늘리고 유럽 전체 포트폴리오 역시 17%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 서려 있다.

캐나다 ‘퀘벡주연기금’ 영국에 15조 투자 확대…미국 자산 비중 축소 움직임
캐나다 ‘퀘벡주연기금’ 영국에 15조 투자 확대…미국 자산 비중 축소 움직임

찰스 에몬드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 위에서 유럽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바라본 유럽은 재정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으나, 그만큼 민간 자본의 활로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에너지 전환, 지속 가능한 인프라,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투자 환경이 유럽 대륙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끄는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퀘벡주연기금은 미국 자산의 비중을 현 40% 선에서 낮추는 대신, 영국과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 주요국에 미래의 의지를 싣는다. 프랑스에는 2030년까지 250억 캐나다달러에서 50% 늘린 규모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으며, 독일 역시 에너지 수요와 정부 정책을 두루 고려해 적극적 진출을 타진 중이다. 에몬드 CEO는 미국 시장의 깊이와 근접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랜 랠리 끝 높아진 가격과 불확실한 정책 환경 속에서 비중 조정의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세계 자금시장에서는 수면 아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일부 자산의 신용등급 하락, 관세와 감세 논란, 심화되는 재정 적자 우려, 금리의 급등이 뒤엉키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대로 치솟았고, 10년물 역시 4.5%를 돌파했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의 알렉스 비바니 이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축소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투자매력이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 감세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다면 청정기술 정책의 방향 전환, 나아가 규제적·정치적 위험까지 예상된다.

 

자금의 큰 강줄기는 미국을 지나 유럽과 캐나다로 스며들 조짐을 보인다. 아문디는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 등을 들어 미국 자산 비중을 줄였고, UBS마저 미국 주식 ETF에서 막대한 자금 이탈을 체감한다고 밝힌다. 유럽 자산운용업계도 변동성이 큰 미국보다는 캐나다와 EU 등지로 투자처 이동을 준비한다.

 

이처럼 국제 자금의 이동은 금리와 정책, 그리고 세계 무대의 지정학적 긴장과 맞물려 있다. 투자자들은 정책 불확실성과 금리 변화, 글로벌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와 각국 정부의 정책 변동이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는 지금, 세계 자본의 방향성은 아직 안개 속에 서 있다. 퀘벡주연기금의 결정, 그리고 그 뒤따를 다수 운용사의 움직임은 국제 투자 환경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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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연기금#영국#미국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