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전이 대장암, 수술 후 항암이 생존률 높였다”…삼성서울병원 연구 주목
간까지 전이된 대장암 환자 치료 전략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전신 항암 치료를 먼저 실시하는 관행과 수술을 우선하는 방법 사이에 의료진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약 15년 동안 국내 대장암 환자 402명을 추적 분석한 결과, ‘수술 후 항암치료’ 방식이 생존에 더 긍정적이라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업계는 "항암·수술 병행 전략의 전환점"으로 이 연구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조용범·김세정 교수팀은 2007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절제 가능한 동시성 간 전이 대장암 진단 환자를 세 군으로 분류해 무병생존율 및 전체생존율을 분석했다. 세 군은 수술 후 항암치료(244명), 항암치료 후 수술(92명), 항암치료 미실시·중단 후 수술(66명)으로 나뉘었다. 연구 결과 5년 무병생존율은 수술 우선 군이 52.5%로, 항암치료 우선 군(31.5%) 대비 두드러진 격차를 보였고, 전체생존율에서도 각각 77.5%와 72.8%로 분석됐다.

특히 이 연구는 기존 통념과 달리, 눈에 보이는 암 조직을 먼저 외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생존율이 의미 있게 개선된다는 점을 임상적 자료로 뒷받침했다. 이는 4기 대장암 환자 중에서도 간절제술이 가능한 경우에는 조기에 수술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실효적 근거가 될 수 있다.
한편, 수술 전후 표적치료제 사용 여부에 따라서는 예기치 않은 결과가 도출됐다. 표적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군의 5년 무병생존율이 53.0%로, 표적치료제 투여군(39.6%)보다 더 높게 나왔으나,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고위험 환자에게 표적치료제 투여가 집중된 점도 함께 반영된 데이터로 해석했다. 따라서 표적치료제의 효과성 평가는 추가 다기관 임상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외 대장암 기준 가이드라인 상에서도 절제가능 간 전이 환자 치료 순서에 대한 명확한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한국 의료 환경에서 대규모 실증자료를 제시해 미국과 유럽 학계에서도 관심을 불러올 전망이다. 해외 진료지침 역시 선행항암 요법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최적 순서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등 국내 보건당국 역시 치료 순서 및 표적치료제 적응증 설정에 있어 객관적 데이터 축적을 요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표적치료제의 적정 사용과 수술 타이밍의 개별화가 현장에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는 간전이 대장암 환자 생존율 개선을 위한 임상적 기준 수정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 중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실질적으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