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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여유”…포항의 자연과 문화가 여행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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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여유”…포항의 자연과 문화가 여행을 바꾼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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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자들은 예전처럼 유명 관광지만 찾아다니지 않는다. 각각의 날씨와 계절 속에서 자연, 역사,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하는 여행이 일상이 됐다. 바람이 부드럽고 구름이 많은 오늘 같은 날, 포항은 다채로운 명소로 바쁜 일상에 작은 여유를 선사한다.

 

아침 26도를 넘는 기온과 높은 습도에도 미세먼지 걱정은 없다. 팔을 스치는 바람과 드문 구름 사이로 퍼지는 햇살 아래, 경상북도수목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천천히 정원 사이를 걷는다. 계절 내내 다른 꽃과 식물로 꾸며지는 이곳은 특히 여름이면 울창한 숲그늘과 향기로운 초화가 마음을 씻어준다. 그러다 보니 산림욕과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늘 사랑받는 장소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경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보경사

자연만으로는 아쉬울 때, 걷기 좋은 산길을 따라가면 보경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즈넉한 사찰과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숲, 그리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는 한낮 더위도 잊게 만든다. 가족 단위 여행자들은 “절벽 아래를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라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포항 주요 사찰과 자연공원 방문객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색다른 순간을 원하면, 바다 위를 걷는 포항 해상스카이워크가 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 끝에선 누구나 잠시 멈춰 선다. “발밑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일상도 멀어진다”는 한 여행자의 고백처럼, 일상 밖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해질 무렵 하선대의 붉은 석양 역시 포항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바위 사이로 부서지는 파도, 저녁노을에 물든 기암괴석, 이 시간만 기다린 이들은 삼삼오오 추억을 남긴다.

 

실내에서 예술 감성을 채우고 싶다면 덕동문화마을이 제격이다. 골목마다 남아 있는 전통 가옥과 공방, 벽화는 소소하지만 시간을 머물게 한다. 예술가가 만든 작품, 작은 갤러리, 조용한 마을 풍경은 “걷는 것만으로도 포항의 색다른 얼굴을 만나는 기분”이라 공감하게 만든다.

 

포항 주민들과 여행자들은 “한적하고 자연스러운 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변화한 여행 문화를 체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요즘은 이름난 명소보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힐링한다”는 목소리가 자주 보인다. 한편, 지역 관광 업계에서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체험이 포항 여행의 매력”이라 바라봤다.

 

구름과 햇살, 때로는 소나기가 오가는 여름. 오전엔 초록숲에서 산책하고, 오후엔 문화마을에서 머물며, 한적한 바다와 사찰을 느리게 둘러본다. 거창하거나 바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삶의 리듬이 조용히 바뀐다. 이곳 포항에서는 나만의 여행이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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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경상북도수목원#보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