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미세플라스틱 수십억 개”…티백, 글로벌 친환경 논란 확산
티백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방출 문제가 식음료 산업의 친환경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영국 소비자 보호 기구 위치(Which?)의 최근 조사 결과, 영국 주요 티백 브랜드 다수가 ‘플라스틱 프리’ 마케팅과 달리 실제 플라스틱 성분을 포함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기술적으로 ‘플라스틱 프리’로 홍보된 제품 중 진정으로 플라스틱이 완전히 제거된 브랜드는 28개 대상 중 4개에 불과했다. PLA(폴리젖산) 등 식물 유래 바이오플라스틱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이 역시 분해 조건과 생체 영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티백 제조에 사용되는 전통적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플라스틱은 봉합 공정을 위해 도입됐다. 최근에는 생분해성을 앞세운 PLA(Polylactic Acid)가 확산되고 있으나, PLA 역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일반 환경이나 뜨거운 물에선 분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위치는 PLA가 ‘친환경’ 또는 ‘플라스틱 프리’로 광고되는 실태에 대해 소비자 혼란을 지적했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폴리프로필렌 티백 하나가 차 1㎖에 최대 12억 개의 나노 크기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입자 평균 크기는 136.7나노미터로, 인체 소장 점액세포까지 흡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는 세포 핵에 도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 조사에서 PG 팁스, 테틀리, 요크셔 티 등 영국 대표 브랜드와 대형 유통업체(테스코, 세인즈버리 등) 자체브랜드는 PLA나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 프리미엄 브랜드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 트와이닝스, 드래곤플라이, 햄스테드 등 특정 제품이 플라스틱 완전 배제형으로 확인됐으나, 브랜드 내 다른 제품에서 PLA가 발견되는 사례도 존재했다. 현행 유럽연합 및 영국 내 식품·소비재 규제에서는 PLA 등 바이오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엄격한 표기 기준이 부재해 ‘친환경’ 광고의 실효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동물실험에서는 PLA 노출 시 장 손상, 염증, DNA 손상, 대사 장애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 기존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산화 스트레스 유발, 장내 미생물 교란 등 잠재적 위험성을 시사한다. 섭취 위해 저감·대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PLA는 식물성이고 산업용 퇴비 환경에서 분해 가능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업용 퇴비화 조건이 아닌, 차를 우리는 환경에서는 PLA 역시 빠른 분해가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시장과 소비자 단체는 ‘플라스틱 프리’ 인증의 명확성, 티백 재질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 시장의 플라스틱 논란은 ESG경영, 원료 인증 경쟁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 이후 티백 및 식품용 포장재 혁신, 관련 규제 정비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 소비자 신뢰라는 세 축의 균형이 식품·바이오 소재 산업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