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미국 조선업 바로잡을 열쇠”…한국 조선기술에 미 정부·해군 기대
미국의 조선업 부흥을 둘러싸고 한국 조선업과 미 해군의 이해가 맞붙었다. 군함 건조 지연과 예산 초과에 시달리는 미국 해군이 한국 조선 기술에 시선을 돌리면서, 양국 협력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CNN이 공개한 르포와 해군·의회 발언이 겹치며 조선·안보 이슈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현지 시간 10월 21일 CNN 온라인판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와 관련 울산의 HD현대중공업,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 경영진의 입장을 집중 조명했다. 양 측 경영진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미국 조선업의 회복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CNN 르포에 따르면 양사의 임직원 숙련도와 물류 시스템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약 3만2천여 명의 종업원들이 평균 16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현장에선 위기감이 팽배하다.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 6월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의 모든 프로그램이 엉망진창”이라며 “가장 잘 진행되는 프로젝트조차 6개월 지연되고, 예산은 57%나 넘어섰다”고 실태를 고백했다. CNN은 이와 달리 한국 조선업계가 예산 초과나 일정 지연 없이 배를 건조하는 점에 주목했다.
살바토레 R. 메르코글리아노 미국 캠벨대 교수는 “한국은 군함과 상선을 모두 한 곳에서 건조할 수 있어 핵심 인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공급망 역시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남부에 대형 조선소와 협력사, 부품업체가 몰려 부품 조달이 빠른 구조라는 것이다. CNN은 “조선소 현장은 분주하지만, 전 공정이 긴밀히 협력하며 안전에 대한 기강도 엄격하다”는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그러나 실제 미국 군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데는 미국법이 걸림돌로 남는다. 현행 법은 국가 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미 해군이 동맹국 등 외국에서 제작된 함정 구매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마스가’ 프로젝트의 미래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입장 변화, 즉 법률 개정과 관련 비자 문제 조정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미 해군의 전력 공백을 신속히 메워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는 반면, 조선업 자립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업계 보호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 역시 국내 제조업 부흥 기조를 내세워 외국 건조 허가 등에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급망과 현장 경쟁력, 노하우 등에서 한국 조선업의 우위는 명확하다는 평가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해당 법률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 본격 착수할지가 조선업·방산 분야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날 정치권과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과 미국 해군의 전략협력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으며, 미 의회의 관련 법률 심사 결과가 향후 국제 조선·안보 질서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