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 언급 후 경찰 투입 지시”…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언론사 장악 시도 논란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언론사 간 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통화 지시와 허석곤 전 소방청장의 법정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해당 지시의 파장에 정치권 시선이 쏠린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진행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관련 속행 공판에서,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이상민 전 장관과 약 1분 30초간 통화한 내역과 당시 긴장된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허 전 청장에 따르면, 비상계엄 발동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소방청 간부들과 상황판단 회의를 하던 중, 이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허 전 청장은 "전화를 받자 이 전 장관은 소방 출동 사건 유무를 물은 다음,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면서 "내가 없다고 답하자 장관은 언론사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급하게 거론했다"고 했다. 허 전 청장은 "이 전 장관이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혹은 진입한다'고 말했다"며 "연락이 가면 서로 협력해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허 전 청장은 "경찰이 언론사에 투입되면 내부 반발이 심할 것이어서, 과거 성을 공격할 때 적이 물·쌀을 끊듯, 소방에 단전·단수 요청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일 자신의 소회와 고민을 밝혔다. 또 "사다리차를 이용한 요청도 예상했지만, 앞서 단전·단수 지시가 나온 만큼 해당 요청이 소방청 임무인지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소방청 내에서는 단전·단수의 법적 의무 여부를 두고 즉각 논의가 오갔고, 관련 간부들은 '소방 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 전 청장은 "소방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단전·단수는 명령받거나 실행해본 적도 없고, 소방 본연의 기능과도 맞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상민 전 장관 측이 언론사에 대한 실질적 물리력 행사를 염두에 뒀는지, 그리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 조치까지 지시한 배경에 대해서는 재판 내내 해석이 분분하다. 야권 관계자는 "언론 통제를 노린 시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현장 안전관리 차원의 점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란 주요 임무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촉발됐다.
이번 법정 증언으로 정국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당별로 언론 자유 침해 논란, 공권력 남용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은 해당 지시의 위법성 여부를 두고 후속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